지난해 비무장지대(DMZ)에서 지뢰 사고로 부상을 당한 곽모(30) 중사의 진료비 문제가 온라인상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병원 치료비 일부를 곽 중사가 부담해야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네티즌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엔 "누가 이런 나라에 목숨을 바칠까"라는 댓글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곽 중사의 사정은 안타깝지만, 법이 정한 대로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국방부는 지난 4일 곽 중사가 사실상 민간 진료비 부담을 스스로 져야 한다고 밝혔다. 9월 "민간병원 요양기간 인정 여부를 검토해 (곽 중사에게) 진료비가 발생하지 않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마련하겠다"고 했던 입장이 달라진 것이다.

곽 중사는 작년 6월 비무장지대에서 작전을 수행하던 중 원인 미상의 지뢰에 의해 폭발 사고를 당했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작년에만 4차례 수술을 받고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민간병원에서 119일 동안 치료를 받았고, 앞으로도 추가 수술과 진료를 받아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곽 중사와 그 가족들은 치료비 1750만원 중 750만원을 직접 부담했고, 이 과정에서 빚까지 얻어야 했다. 군인연금법상 민간병원 요양비를 최대 30일까지만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8월 북한군의 지뢰 도발에 부상을 당한 장병과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졌다. 당시 부상을 당한 하재헌 하사의 민간병원 입원 기간이 30일을 초과해 자비로 진료비를 부담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국방부는 지난달 진료비 지급기간을 '최초 2년 이하, 필요할 경우 1년 이하' 기간 단위로 연장할 수 있도록 군인연금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하지만 곽 중사의 경우 지난해 부상을 당했기 때문에 개정된 군인연금법 시행령이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인연금법 시행령이) 일부 개정된 부분들이 있는데, 과거에 발생한 것(사고)의 경우 기간이 정해져 있어서 제한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곽 중사의 사연은 지난 9월 곽 중사의 어머니가 심상정 정의당 대표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알려졌다. 지난 8월 북한의 지뢰도발로 부상당한 하재헌, 김정원 하사와는 전혀 다른 대우를 받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었다.

곽 중사의 어머니는 편지에서 "똑같이 위험지역에서 다쳤는데 말문이 막혔다. 누구는 매스컴 타니 기업에서 사회에서 모금을 해 주고, 나라에서 최대 예우를 해준다, 보상을 해준다, 훈장을 준다 하고, 연예인까지 도와줬다. 대통령께서 직접 민간 병원에 가셔서 위로금을 전달하고 돈 걱정 하지 마라, 나라에서 당연히 줘야 한다, 건강만 챙기라고 말하는 걸 보았다"고 적었다.

북한군 지뢰에 부상을 당한 두 장병도 치료비 문제가 불거졌지만, 국민 여론과 대통령의 병문안 이후 비용 걱정 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군인연금법 시행령이 개정됐고 국민 성금도 걷었다. 국방부는 전공상(戰公傷) 심의위원회를 열어 이들을 보상하는 방안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인터넷에서는 곽 중사에 대한 보상이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 이용자 박모씨는 "부상 병사에 대한 지원도 골라서 해주는 '대한민국은 이런 나라'"라며 "헬조선이란 말이 왜 나왔는지 알 것 같다"고 했다.

김종대 정의당 국방개혁기획단장은 "군은 골프장 운영에 매년 600억 원을 쓰고 있고, 남아도는 고위 장성 유지비에 매년 수백억 원을 쓰고 있다"며 "이런 국방부를 믿고 과연 누가 목숨을 걸고 임무를 수행할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