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연 매출 2억원 이하 영세 사업자의 신용카드 수수료를 현재 1.5%에서 0.8%로 내리기로 합의했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한 해 6800억원의 혜택이 사업자들에게 돌아간다고 했다.

그러나 수수료 인하만으로 신용카드로 인해 발생하는 영세 자영업자들의 애로가 없어지지는 않는다. 지금도 재벌그룹과 은행 계열 신용카드사들은 걸핏하면 가맹점에 할인 행사를 강요하고, 기회만 되면 각종 비용을 가맹점에 떠넘기고 있다. 고객이 신용카드를 내밀면 거부할 수 없다는 약점을 악용하는 것이다. 수수료를 아무리 내려도 이런 횡포는 막기 어렵다.

영세 사업자들이 신용카드 회사의 '갑질 횡포'에서 벗어나려면, 카드 결제를 거절하지 못하게 하고 현찰 가격과 카드 결제 가격을 다르게 정하지도 못한다고 규정한 현행법부터 고쳐야 한다. 미국·호주에선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정가(定價)를 받고 현금으로 결제하면 카드 수수료 3~4%만큼 값을 깎아주는 가게가 많다. 유명 맛집 중에는 신용카드를 받지 않는 곳도 적지 않다. 단말기 설치, 수수료 등 카드 사용에 드는 돈만큼 물건을 싸게 파는 게 소비자에게도 이득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동안 영세 점포에 신용카드를 거부하지 못하게 강제한 것은 탈세(脫稅)를 막기 위한 조치로서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금을 받을 때도 영수증 제출이 의무화돼 탈세 우려가 줄었다. 게다가 영세 업자들은 대부분 세금을 면제받고 있다. 카드를 거부하지 못하게 강제하는 것은 결국 카드 회사들만 배불리는 정책이 됐다. 이제는 영세 상인들에게 '카드를 받지 않을 자유'를 보장할 때가 됐다.

[사설] 큰 성과 없이 끝난 韓·日 정상회담, 그래도 자꾸 만나야

[사설] '美·中 택일'보다 중요한 건 국익과 국제 公論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