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은 2일 한·미 연례 안보협의회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인공섬 건설로 갈등을 빚고 있는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 "(미국은) 다른 나라들과 함께 파트너십을 맺어 해상 안보 문제를 해결할 것이며, 한국과 해상 안보에서 글로벌 동맹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오바마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국제규범을 준수하지 않는 중국에 대해 목소리를 내달라고 요청한 데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한국이 동맹국인 미국 편에 확실히 서 줄 것을 요구하는 듯한 모양새다. 카터 장관은 또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에 대해 "미국이 독자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동맹이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미 정부가 정식으로 사드 논의를 제의할 시기도 다가오고 있다.

둘 다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안이다. 중국과 경제·북핵·통일 문제 등에서 긴밀히 협력해야 하는 우리로선 중국 입장도 무시할 수만은 없다. 2~4일 말레이시아에서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 회의가 열린다. 미·중이 남중국해 문제를 놓고 맞부딪칠 경우 우리가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할 수 있다.

어려울수록 원칙이 중요하다. 국제법상 항행의 자유와 인공섬 등에 대한 영유권 규정에 따라 우리 나름의 원칙과 기준을 세워야 한다. 어디에서나 명분 없는 손익 계산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또 이 문제는 국제사회의 공론(公論)으로 풀어나가는 수밖에 없다. 어차피 미·중이 이 문제로 군사 충돌을 벌일 가능성은 없는 만큼 동남아시아 지역과 국제사회에서 해결책을 모색해나가야만 한다.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 회의가 그 출발점이 될 수도 있고, 18~19일 필리핀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국제적 논의에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사드처럼 우리 안보에 직결된 사안은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 없이 우리가 필요하면 배치하고 필요 없으면 배치하지 않아야 한다. 국제정치적 고려를 배제할 수는 없지만 군사기술적인 타당성 연구가 최우선이다. 한국이 미·중 사이에 끼어 있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으나 실은 그런 딜레마는 대부분 스스로 만든 함정(陷穽)인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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