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내식당에서 홀로 밥을 먹을 때가 있습니다. 좀 처량하다 싶기도 하지만, 즐기기도 합니다. 남들의 속도에 맞추는 게 아니라, 제 리듬과 취향으로 먹을 수 있거든요. 일 관련 식사 약속이 많은 처지라, 혼자 먹는 밥은 종종 가장 여유로운 순간이기도 합니다.

이번 주 출간된 '나홀로 미식수업'(흐름출판·박현미 옮김)을 공감했던 이유입니다. 게이오대학 환경정보학부 교수인 후쿠다 가즈야의 차분한 에세이. 사실 그는 전공보다 문필가로 더 이름난 인물입니다. 배우이자 작가인 릴리 프랭키, 재일교포 작가 유미리와 함께 문예지 'en-taxi'를 창간했고, 1993년에는 미시마 유키오상(賞)을 받은 작가이기도 하죠. '나홀로 미식수업' 역시 22회 고단샤 에세이상을 받은 역저(力著)입니다. 아니, 어깨에 힘주지 않고 속삭이듯 쓴 책이니, '역저'란 표현은 어울리지 않겠군요.

이 '혼자 먹기의 달인'은 "인간관계 때문에 먹고 싶지도 않은 것을 먹어서는 안 된다"는 신념을 가진 배짱의 사나이입니다. 물론 조직생활을 무시하라거나, 소중한 사람과 나누는 식사의 즐거움을 모르는 게 아닙니다. 단지 혼자 있기 싫어서 타인과 함께 있는 거라면 오히려 혼자 있을 것. 그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자신에게 중요한 인간관계가 눈에 들어온다는 거죠. 그리고 '관리 대상'이 아니라 '즐기는 주체'로서 신체를 바라보자 제안합니다. 염분과 지방과 알코올을 만끽하면서도 성인병 발병률은 낮은 '프렌치 패러독스'를 예로 들면서요.

값만 비싼 레스토랑이나 줄 선다는 식당만 뒤쫓기보다, 이런 '미식(美食) 독서'가 당신의 '미식 자부심'을 넘치게 할 거라 믿습니다.

이번 주 Books의 메인은 외교부 장관을 지낸 윤영관 서울대 교수의 '외교의 시대'입니다. 패권대국 미국과 중국의 틈바구니에서 '외교의 신(神)'이 필요한 시대라는 정세 판단도 있었지만, 이토록 쉽고 명쾌하게 국제정치라는 체스판을 그려낸 국내 교양서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일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