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30일 삼성SDI의 케미칼(화학) 부문,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 등 화학 사업 전부를 롯데그룹에 3조원 안팎에 매각하기로 했다. 이번 거래로 삼성은 화학 산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됐다. 삼성은 앞으로 전자·금융을 양대 축으로 바이오 등 미래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방향으로 나갈 것으로 보인다. 롯데도 유통·화학을 양 날개로 성장한다는 계획이다.

재벌 대기업들은 거의 대부분 전자·화학·건설·중공업·금융 등 온갖 분야에 문어발식으로 계열사를 확장해 왔다. 소위 '선단식(船團式) 경영'으로 한 기업이 흔들려도 전체 그룹이 무너지지 않게 하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룹 이름만 달랐지 진출한 사업 분야는 판박이처럼 닮았다. 경쟁력보다는 구색 맞추기로 확장하다 보니 누구나 만들 수 있는 범용 제품을 팔면서 명맥(命脈)을 유지하는 데 급급한 곳도 적지 않다.

그러나 규모와 가격으로 우리가 도저히 상대할 수 없는 중국이 똑같은 전략으로 추격해 왔다. 이제는 선진국이 주지 않는 기술을 확보해 한 계단을 올라서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스마트폰이 단적인 예다. 삼성전자는 한때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반분했다. 그러나 제조업체가 1000여개에 달할 정도로 범용 제품이 되자 삼성 신화는 크게 흔들리고 있다.

돈을 줘도 선진국이 팔지 않는 기술을 가지려면 기업의 역량을 한곳에 집중해도 될까 말까 하다. 삼성과 롯데, 삼성과 한화의 빅딜은 일시적 경영 방편이 아니라 재벌 대기업들이 과욕(過慾)을 버리고 자기가 잘할 수 있는 분야에만 집중하겠다는 결단이어야 한다. 우리가 기술 도입 경영, 추격 경영에서 한 단계 도약해 선진국으로 가는 최종 관문을 통과할 수 있느냐는 것은 장담할 수 없는 문제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재벌 문어발식 경영의 유효성은 끝났으며 여기에 안주하는 재벌이 종말을 맞는 데는 그렇게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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