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30일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김수남 대검 차장을 지명했다. 이로써 정권 후반기 사정(司正)을 책임질 핵심 자리는 대부분 대구·경북 출신으로 채워지게 됐다. 대구 출신인 김 내정자를 비롯해 임환수 국세청장, '경제 검찰'로 불리는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이 이 지역 출신이다. 여기에 경남 출신인 황찬현 감사원장, 강신명 경찰청장까지 더하면 이른바 5대 사정기관장이 모두 영남권 인사로 채워졌다. 청와대 사정라인인 우병우 민정수석, 이명재 민정특보도 경북 출신이다.

사정기관장 인사가 지연(地緣)·학연(學緣)에 따라 휘둘린다는 비판을 받은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금의 야당이 집권했던 김대중·노무현 정부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이렇게 사정기관장이 한 지역 일색이 되는 건 드문 일이다.

이 정권 초반이던 2년 전에도 김진태 검찰총장, 홍경식 민정수석, 황찬현 감사원장 등이 모두 경남 출신이었다. 그 위에서 검사 출신으로 사정의 축(軸)을 잡았다는 말을 들었던 김기춘 비서실장 역시 경남 출신이었다. 그때도 사정 라인이 지역적으로 편중돼 있다는 비판이 나왔는데 2년이 지나 되레 더 심해진 것이다.

청와대는 이런 지적이 나올 때마다 "출신 지역에 구애받지 않고 능력을 보고 뽑았다"고 해왔다. 이번에도 김수남 내정자에 대해 "검찰 업무에 높은 식견과 경륜을 쌓아온 적임자"라고 했다. 그게 사실이더라도 사정 라인 전체의 모양이 이렇게 되면 문제는 개인 능력 유무 차원을 넘어서게 된다.

정권이 사정기관을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맡기고 싶어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그 경우에 어떤 부작용이 생기는지도 심각히 고려해야 현명한 인사(人事)다. 지역 편중으로 인해 사정기관의 법 집행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훼손된다면 작은 문제가 아니다. 한 지역 일색의 사정기관들 사이엔 견제가 사라지고 끼리끼리 문화가 득세할 가능성도 있다. 사정기관들이 문제를 캐고 해결하기보다는 덮고 무마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는 뜻이다. 그게 화근을 만들고 문제를 키워 결국 정권의 발목을 잡는다. 그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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