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해군 이지스 구축함이 27일 중국이 남중국해 난사군도에 건설 중인 인공섬의 12해리 안쪽 수역으로 들어가 항행했다. 이 해역은 중국이 자국의 영해라고 주장하는 곳이다. 미 정찰기와 초계기도 함께 정찰 및 호위 비행을 했다. 중국의 인공섬 건설과 영유권 주장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수차례 경고했던 미국이 마침내 실력 행사에 나선 것이다.

중국 외교부는 "미 구축함이 허가 없이 불법 진입해 중국의 주권과 안전을 침해했다"고 반발했다. 왕이 외교부장은 "경거망동하지 말라"고도 했다. 중국 일부 언론은 "중국 군함을 출동시켜 밀어내기와 들이받기로 미 군함을 쫓아낼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중국이 인공섬 건설을 중단하지 않으면 항행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앞으로도 계속 인공섬 해역을 항행하겠다는 방침이다. 미·중의 해양 충돌이 마침내 시작된 것이다.

미·중이 이 문제로 전면적 군사 충돌까지 갈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국지적이고 돌발적인 충돌만 일어나도 동아시아 전체의 안보·경제에 미치는 여파는 엄청날 것이다. 남중국해는 우리 해운 물동량의 30% 이상, 원유 수송량의 90%가 지나가는 요충지다. 이곳이 군사 분쟁 지역으로 변하면 당장 우리 경제에 큰 위협이 된다.

인공섬은 중국만이 아니라 베트남과 필리핀도 짓고 있다. 일본도 태평양 암초에 비슷한 일을 했다. 영해와 배타적경제수역을 얻으려는 의도다. 그러나 유엔 해양법협약 60조는 인공섬과 시설 및 구조물은 섬의 지위를 갖지 않으며 영해를 지니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가 미·중의 해양 충돌에 앞장서 간여할 입장은 아니라고 해도 국제법에 보장된 '항행의 자유'만큼은 결코 양보할 수 없는 문제다.

[사설] "국정교과서 왜곡 美化 없다" 대통령 약속 믿어도 되겠나
[사설] 美 업은 日本의 오만 잘 지켜볼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