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바람피우는 것 같다고 의심한 주부 전모(40)씨는 지난 8월 심부름센터에 "남편의 외도 현장을 덮쳐 증거를 잡아달라"고 했다가 1000만원만 날렸다. 처음 심부름센터에선 착수금으로 500만원을 요구했다. 그러다 "남편이 유흥업소 여직원과 애인 사이인 것을 확인했다"며 '현장 사진을 찍으려면 돈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전씨는 500만원을 더 줬다. 그런데 심부름센터는 말처럼 똑 부러지게 일을 못 했다. 남편의 뒤를 밟다가 도리어 남편에게 꼬리를 밟혔다. 심부름센터 직원은 전씨 남편이 "누군가 날 스토킹하고 있다"고 신고하는 바람에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 전씨는 '일을 제대로 못 했으니 돈을 돌려달라'고 따져보지도 못했다. 심부름센터 직원이 "당신 때문에 구속되게 생겼다"며 되레 큰소리를 쳤기 때문이다.

[[키워드 정보] 간통죄 폐지의 그늘]

전씨는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인 경우다. 올 2월 헌법재판소가 간통죄에 대해 위헌(違憲) 결정을 내린 이후 심부름센터 등을 동원해 배우자의 외도 장면을 포착하려다가 거꾸로 배우자로부터 형사고소당하는 일이 늘고 있다. 서초동의 이혼 전문 변호사는 "이혼소송을 하다가 형사고소돼 찾아오는 사람이 한 달에 십여 건은 된다"고 말했다.

간통죄는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국가가 대신 밝혀 처벌해 주는 제도였다. 그런데 간통죄가 폐지되면서 파경에 이른 배우자들이 이혼소송 등에서 활용할 수 있는 증거 확보 수단이 딱히 없는 게 현실이다. 어떤 이들은 인터넷을 통해 남편(혹은 아내)의 간통 상대방 신상 정보를 털거나, SNS '불륜 폭로'를 통해 분풀이를 한다. 하지만 이 같은 행위는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주부 김모(43)씨는 친구들 조언을 받고 인터넷에서 불법 도청 애플리케이션 '스파이앱'을 50만원에 구매했다가 수사를 받게 됐다. 김씨는 경찰에서 "남편이 회사 여직원과 바람을 피우는 것 같아서 스파이앱을 깔게 됐다"며 "평생 단 한 번도 죄를 짓지 않았는데, 억울한 상황에서 경찰서까지 드나들게 되니 죽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배우자와 불륜을 저지른 사람의 실명, 사진, 직장 등을 SNS에 올렸다가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해 처벌받는 경우도 부지기수"라며 "본인은 억울할 수 있지만 법적으로 엄연한 범죄"라고 했다.

법조계에선 간통죄 폐지로 인한 부작용은 법원의 위자료 상향 등으로 풀어야 한다고 말한다. 간통죄가 폐지될 당시만 해도 법조계에선 불륜 배우자가 물어야 하는 위자료가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여전히 1000만~5000만원 수준이다. 법원은 위자료 상향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설명한다. 서울가정법원 관계자는 "간통 위헌 결정 이후 내부적으로 위자료 상향이 필요한지에 대해 논의가 있었지만, 개별 재판부가 알아서 결정할 일이라는 결론이 나왔다"며 "교통사고 위자료와 달리 가사사건 위자료는 내부 사정을 하나하나 따져 판단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