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26일 기자 간담회를 갖고 "노동 개혁 성공을 위해서는 속도감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며 "5대 노동 개혁 입법안이 금년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처리될 수 있도록 국회의 적극적 지원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지금처럼 노사정 대타협 후속 논의가 지지부진하면 노동 개혁이 동력을 상실할 수 있으니 노사정위와 국회가 논의 속도를 높여달라는 것이다.

지난달 15일 노사정 대타협이 나온 지 40여 일이 지났지만 그 후 노동 개혁은 아무런 진척이 없는 상태다. 현재 노동 개혁은 노사정위에서 대타협 과정에서 미룬 내용을 논의하고, 입법 사항은 국회에서 논의하는 두 갈래 구조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두 갈래 모두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노사정위는 비정규직 실태 조사와 전문가 그룹 구성 등 형식적 문제를 두고 싸우느라 한 달 이상을 허비했다. 대타협에서 후속 과제로 남겨둔 비정규직 사용 기간 연장, 파견 확대, 저성과자 해고 요건 마련,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완화 등에서 실질적 논의를 하지 못했다.

대타협 직후인 지난달 16일 정부·여당은 근로시간 단축 등을 담은 5대 노동 개혁 입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논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지난 22일 청와대 5자 회동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이 노동 개혁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청했으나, 야당의 문재인 대표는 문제점만 지적했다.

이번 노동 개혁 목적 중 하나는 내년의 '정년 60세 연장'을 앞두고 청년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지금도 청년 실업이 심각한데 내년에는 청년 고용 절벽이 더욱 가팔라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5일 "올 들어 8월까지 체감 청년 실업률은 22.4%로, 정부 공식 실업률(9.7%)의 2.3배에 이른다"고 밝혔다. 특히 대졸 이상 남성 청년의 체감 실업률은 30%에 육박했다.

이런 심각한 상황에서 정부·정치권은 국사 교과서 싸움에 빠져 있다. 이런 분위기라면 연내 노동 개혁 입법을 마무리하겠다는 것은 물 건너갈 가능성이 높다. 내년에는 총선, 그다음엔 대선이라 더 처리가 힘들 것이다. 어찌 보면 청년 일자리는 교과서보다 더 시급한 문제다. 정부·정치권의 국정 경각심 회복을 촉구한다.

[사설] 정치쇼 하지 말고 교과서 내용으로 논쟁해야
[사설] 국회 KFX 예산 삭감 너무 쉽게 생각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