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전투기(KFX) 개발 사업과 관련, 국회 국방위원회는 이번 예산 심의 과정에서 내년도 KFX 관련 예산을 정부안보다 더 삭감하자고 했다. 미국으로부터 4개 핵심 기술 이전이 불가능해지고 사업 진척도 더딘 만큼 일단 예산을 줄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KFX 예산은 정부 내에서도 이미 깎인 상태다. 이에 따라 내년 KFX 사업 예산은 원안의 3분의 1 수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사업 추진이 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기재부 심의에서 개발 인력과 각종 구매비, 모델 제작비가 감액되면서 사업 진척도는 당초 계획의 41%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한다. 여기서 추가 감액이 되면 2025년으로 예정된 한국형 전투기 개발 자체가 지연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야당과 여당 일부 의원들은 '사업 재검토'까지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우리 독자 기술 개발이 사실상 힘들다'고 말하고 있다. '예산만 날리고 공군 전력 공백이 가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우리가 항공기를 만든다는 무모한 계획을 그만두고 예전처럼 미국·유럽 전투기를 사오자는 얘기다.

4개 핵심 기술을 우리가 확보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것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모험과 도전의 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부질없기도 하다. 그런데도 우리 국회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예산을 깎아 사실상 이 중대한 사업을 좌초시키겠다면 그 근거가 무엇인지 설명할 필요가 있다. KFX 사업은 단순한 전투기 개발 사업이 아니라 이제 막 발을 떼고 있는 우리 항공산업의 미래가 달린 문제다. 여기서 KFX를 포기하면 항공산업은 영원히 하도급 업체를 벗어날 수 없다.

그렇지만 막대한 개발비를 쓰고도 결국 실패로 귀결될 가능성 때문에 딜레마에 빠져 있는 게 지금 우리 처지다. 그래서 KFX를 하느냐 마느냐의 논쟁만 10년 가까이 끌어온 것이다. 그런 문제를 우리 의원들이 기술 이전 불가가 공개된 지 불과 한 달 만에 기술적 검토까지 끝내고 '안 된다'고 결론냈다면 놀라운 일이기에 앞서 그 근거에 대해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만약 이들이 일을 잘못 처리한 정부를 비난하는 시류에 편승하는 것이라면 이 국가적 과제마저 정치적으로 오염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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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말 이대로 청년들 고용 절벽서 떨어뜨릴 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