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 의원들이 지난 25일 밤 서울 동숭동 한 건물에 입주해 있던 교육부의 국정교과서 준비팀 사무실을 불시에 찾아 들어가려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대치하는 일이 일어났다. 과거 정쟁(政爭) 때 보던 익숙한 광경이다. 야당은 불법 현장이라고 했다. 그러나 담당 부처가 이미 발표한 소관 업무를 하는 것을 그렇게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새정치연합이 이런 소동을 통해 국정교과서 준비에 나쁜 이미지를 씌우려는 것이었다면 옳지 않다. 앞으로 교과서 집필진이 알려지면 이들에 대한 신상털기가 벌어질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집필진의 지식과 능력이 아니라 개인 신상 문제를 들춰내 국정교과서에 흠집을 내려는 것이다. 이런 겁주기로 집필진의 국정교과서 참여를 막으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

정부는 기존 검정 교과서들이 대한민국의 성공은 폄훼하면서 북한의 참상은 외면하는 왜곡된 내용으로 차 있기 때문에 국정으로 바꿀 수밖에 없다고 했다. 좌파가 득세하는 근현대사 학계의 현실 때문에 검정 제도를 강화하는 것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도 했다. 그렇다면 정부의 이 주장이 옳은지 그른지가 논쟁의 중심이 돼야 마땅하다.

지금까지 야당은 '국정교과서=친일·독재 교과서'라는 선동(煽動)적 논리만 펴고 있다. 지금 세상에 친일·독재 교과서를 만들 사람도, 그럴 이유도 없다는 것은 야당도 잘 알 것이다. 그래도 이런 옛날식 낙인찍기에만 매달리는 것은 아직 우리 국민 수준을 믿지 못하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우리 국민이 일방적이거나 객관적이지 않은 역사 교과서를 판별할 능력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오만이다.

야당이 지금의 검정 교과서들을 좋은 교과서, 올바른 교과서로 생각한다는 입장을 명확하게 밝힌 적은 없다. 그러나 점점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는 듯하다. 그렇다면 정부가 제시한 검정 교과서들의 수많은 문제점에 대해 하나하나 반박해 국민을 설득하는 게 옳다. 한쪽은 '반(反)대한민국 교과서'라고 설명자료까지 발표했는데, 다른 쪽에선 그걸 '좋은 교과서'라고 한다면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국정교과서로 돌아간다는 데 대해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들조차 지금 역사 교과서에 문제가 많다는 사실은 인정하는 경우가 많다. 야당이 정말 기존 검정 교과서 내용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면 한밤 기습과 같은 쇼가 아니라 교과서 내용을 갖고 국민을 설득하는 게 맞다.

여야는 지금이라도 '좋은 교과서' '최고 품질의 교과서'라는 본래 자리로 돌아와야 한다. 논쟁하고 싸우더라도 이걸 중심으로 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 총선과 대선을 통해 국민의 판단을 구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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