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당국의 허가를 받아 합법적으로 운영하는 공식 시장이 406개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한·미연구소의 커티스 멜빈 연구원은 24일 “북한의 공식 시장은 건물이 있고, 인민 보안국의 책임 아래 북한 주민이 자릿세를 내고 합법적으로 장사할 수 있다”며 “2010년 위성사진 분석 때는 200여개의 공식 시장이 확인됐는데, 5년 만에 2배인 406개로 늘었다”고 자유라디오방송(RFA)에 말했다. 멜빈 연구원은 “시장과 장마당은 구별할 필요가 있다”며 “시장은 상행위를 허가한 공식 장소지만, ‘장마당’은 골목이나 길거리 등 비합법적인 곳을 뜻하는데, 공식 시장 건물만 406개”라고 했다.

최근 위성사진을 보면 황해북도 사리원과 라선시 경제무역지대에 새로 시장이 생겼고, 강원도와 평안도 등에도 새로운 '공식' 시장이 들어섰다. 북한 당국이 계속해서 시장을 만들고 확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멜빈 연구원은 “북한의 모든 공식 시장이 합법적이고, 지방정부는 자릿세로 수입을 얻는다”며 “인민 보안국이 시장의 보안 등을 담당한다”고 했다. 그는 또 “뒷골목이나 길거리에 형성된 비공식 장마당까지 합하면 그 수는 훨씬 더 많다”며 “이제 북한에서 시장 없이 경제가 돌아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의 최근 탈북자 조사에서는 북한 주민의 80% 이상이 시장이나 장마당에서 장사를 해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정원은 지난 20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과거) 북한은 '수령(首領)'의 힘이 대단했지만 지금은 ‘돈에 충성하는 사회’로 바뀌고 있다”며 “북한에는 장마당이 380개가 있고 주민들 사이에서는 ‘당이 두 개가 있는데 장마당은 도움이 되고 노동당은 도움이 안 된다’는 말이 나돈다”고 보고했다.

요즘 북한 시장과 장마당에서는 ‘짝퉁’ 물품의 거래가 인기라고 한다. 대북 소식통은 “평성·남포·함흥·청진을 비롯한 대도시에는 가족 단위로 물건을 제작하는 개인 수공업자들이 많아졌다”며 “주로 돈이 되는 짝퉁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한국산 초코파이·비누·화장품은 물론 가방과 의류·가구 등의 모조품을 만들어 시장과 장마당에 팔고 일부는 중국에 수출까지 한다고 한다. 한국·일본·중국의 잡지 등을 가져다 보면서 제품을 만들고 원자재 대부분은 중국에서 들여온다고 한다.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수백만원의 권리금을 주고 매대(賣臺)를 사고파는 현상도 생겼다. 양강도 혜산시장의 경우 매대 한 개당 가격은 북한 돈 255만원(2000위안, 우리 돈 35만원가량)에서 590만원(4500위안, 우리 돈 약 80만원)에 거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당국은 시장 확대로 개인들의 수입이 증가하자 내각 산하에 우리의 국세청에 해당하는 부서를 새로 만들고 장마당세를 걷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 큰돈을 번 ‘돈주(전주·錢主)’를 중심으로 한 사금융도 활성화되고 있다. 다른 대북 소식통은 “금융 거래는 대부분 미국 달러나 중국 위안화로 이뤄진다”며 “북한에 있는 각종 사업체 50만여개 가운데 사금융을 이용하는 업체가 40만여개에 달한다는 얘기도 있다”고 했다. 평양 주변에서는 과거 금지됐던 자동차와 주택 거래도 개인 명의로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평안남도 순천시장에서 평화자동차의 ‘아리랑’ 신차는 1만2000달러 이상에 거래된다”고 했다. 주민 간 빈부 격차도 심해졌다. 부유층은 평양 해당화관에서 1인분에 50~70달러 하는 식사를 하는 반면 지방에는 하루 한 끼로 살아가는 주민도 많다. 해당화관은 입장료가 15달러이고 수영장 이용은 15달러, 사우나 5달러, 안마 30달러 등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