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20일 말 둘러대기 논란에 휩싸인 데 이어 21일에는 말 바꾸기 논란에 빠져들었다. 한·미 관계의 핵심과 관련된 문제를 둘러싸고서였다.

발단은 지난 16일 한·미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나온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해석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이 국제규범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한국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한국은 물론 미국·일본 언론들도 중국의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 등을 둘러싼 미·중 갈등 문제를 지칭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국제관계 전문가들의 해석도 같았다.

그러나 윤 장관은 20일 국회에서 질문이 나오자 이런 견해 전체를 부정했다. 그는 "남중국해의 '남' 자도 나오지 않았다"며 "언론의 해석일 뿐"이라고 했다. 외교부 대변인도 같은 취지의 해명을 했다. 정상회담 석상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이 문제를 정면에서 거론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공개 회견에서 이런 발언을 했다면 그것이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되어 있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도 윤 장관은 말장난에 가까운 말로 상황을 모면하려 했다. 한 나라 외교를 책임지는 사람이 동맹국 미국의 의중을 이렇게 모르는지 한숨만 나올 뿐이다.

윤 장관은 21일에는 "오바마 대통령이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언급한 것을 두고…"라고 말했다가 하루 만에 말을 바꿨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오바마 대통령이 '남중국해'라는 단어를 썼다고 인정한 꼴이 됐기 때문이다. 외교부는 '언급했다고 한 것을 두고'로 되어 있는 원고를 윤 장관이 잘못 읽었다고 했다.

이 해명이 맞을지 모른다. 그러나 윤 장관의 말은 이미 신뢰를 잃었다. 단순 실수라는 해명이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상회담의 성공 실패는 장관이 강변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윤 장관이 국민보다는 대통령만 쳐다보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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