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롯데가 최근 1년 이상 근무한 아르바이트생 13명을 해고한 뒤 퇴직금을 주면서 별도 합의서에 서명하라고 요구했다. 이 합의서에는 '퇴직 후 비밀 준수 의무가 발생하며 위반 시 책임을 진다' '민·형사상 이의 제기, 고용노동부 진정·고소·고발·이의 제기, 노동위원회 구제신청 등은 일절 하지 않는다'는 등 회사 측에 유리한 내용만 담겼다. 이런 강제 조항은 법에 어긋나는 요구이다. 해고된 아르바이트생은 "호텔 측이 당초엔 퇴직금 지급 대상이라고 알려주지 않았다"면서 "나중에 퇴직금을 요구하자 그제야 돈을 주며 합의서를 내밀었다"고 했다.

서명을 강요받은 사람들은 막 사회에 첫발을 뗀 20대 대학생과 취업 준비생들이었다. 이들은 호텔 행사나 연회 진행을 돕는 일을 했다. 1년 이상 일을 했다면 당연히 퇴직금을 주어야 맞다. 그런데도 롯데호텔은 퇴직금을 주지 않으려 했고 그것이 들통나자 무리한 합의를 강요했다. 비윤리적이고 파렴치한 '갑질'이다.

롯데그룹은 지난 8월 11일 경영권 분쟁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당시 신동빈 회장은 "청년 일자리를 포함한 고용 확대로 사회에 책임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약속하고서도 아르바이트 학생들에겐 불법적 합의를 강요했다.

그룹의 핵심 계열사에서 이런 반(反)사회적인 소동이 있었는데도 오너 일가는 경영권 다툼에만 골몰하고 있다. 신격호 전 총괄회장의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측은 신격호 창업주의 집무실에 눌러앉아 분쟁을 길게 끌고갈 채비를 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측은 이에 맞서 형이 아버지 집무실에 들어간 것과 비서실장을 해임한 것이 불법이라며 소송을 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롯데 일가의 내분(內紛)을 보는 국민의 시선은 실망에서 분노와 혐오로 바뀌고 있다. 볼썽사나운 싸움을 계속하면 일가(一家) 모두를 경영에서 퇴진시켜야 한다는 사회적 압력이 더 거세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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