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명 경찰청장

대한민국이 광복(光復)을 맞은 1945년 출범한 경찰이 21일로 창설 70년을 맞는다. 경찰은 굴곡 많은 한국 현대사의 영욕(榮辱)을 국민과 함께하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치안 서비스의 질(質)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 결과 한국 경찰은 최근 사이버 수사와 대(對)테러 기법 등 한국형 치안 시스템을 여러 나라에 전수할 정도로 성장했다.

경찰의 이런 노력에도 범죄 수법은 항상 경찰의 수사 기법을 앞서갔다. 지금도 하루가 다르게 신종 범죄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특히 범죄가 점점 지능화·첨단화하면서 오프라인 범죄가 사이버상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사이버 공간에서 벌어지는 신종 범죄는 미래 100년을 준비하는 경찰이 극복해야 할 새로운 도전 과제다. 각종 과학기술에 기반을 둔 '과학 치안'을 구현해야 할 막중한 책무가 경찰의 어깨 위에 놓인 것이다.

경찰의 사이버수사는 1995년 걸음마를 뗐다. 국내 한 컴퓨터 관련 회사에 대한 해킹사건이 발생한 게 계기였다. 당시 경찰의 사이버수사 역량은 '사이버범죄'라는 용어조차 생소해하던 수준이었다. 국가적 지원도 열악했다. 고작 2명으로 출범한 경찰 최초의 해커수사대는 다른 수사팀 사무실에 더부살이로 시작했다. 변변한 범죄 분석 프로그램도 없었다.

20년이 흐른 지금 전국에 1200여 명의 전담 수사관이 사이버범죄에 맞서 싸우고 있다. 수사 대상도 사이버테러, 사이버금융범죄, 인터넷 사기 등 국민 생활 전 분야로 확대되었다. 전 세계를 거미줄처럼 잇는 인터넷을 무대 삼아 벌어지는 사이버범죄는 발생하면 피해를 복구하기 어렵다. 최근 성행하는 보이스피싱 범죄만 해도, 해외에 서버를 두고 대포통장을 동원하는 범인을 추적하는 게 쉽지 않다. 더욱이 인터넷으로 외부에서 가전제품이나 기계설비를 작동하고, 무인자동차가 일반화되는 시대가 목전에 다가오고 있다. 다가올 사물인터넷 시대는 지난 20년간 일궈온 사이버수사 성과를 훨씬 뛰어넘는 수사 역량을 요구할 것이다.

범죄는 증거를 남긴다. 문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증거다. DNA, 지문, 족흔 같은 각종 생체정보를 이용해 범죄 수사의 단서를 확보하는 게 과학수사(CSI) 분야다. 한국 경찰의 과학 증거 확보 기술은 동남아 쓰나미 때 실종자 신원 확인 성과와 서울 서래마을 영아 유기 사건에서 피의자를 신속히 특정한 것에서 보듯 세계적 수준이다. 그러나 점점 더 지능화하는 범죄와 대형 재난에 대응하기 위해선 CSI 분야에서도 경찰의 일신(一新)이 필요하다.

경찰은 과학 치안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수사 기능에 초점을 맞춘 종전 사이버수사 조직을 범죄 예방과 대외협력, 디지털 증거 분석 연구 기능까지 아우르는 사이버안전국으로 확대 개편했다. 내년엔 과학수사 분야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과학수사관리관'을 신설한다. 과학·정보통신 기술에 기반을 둔 치안 시스템의 첨단화와 글로벌화를 구현하는 데에도 경찰의 역량을 모을 것이다. 무엇보다 경찰은 국민이 사이버 범죄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필요한 정보를 미리 제공하는 데도 힘을 쏟을 것이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 분투하며 성장해온 한국 경찰 70년사(史)는 국민의 지지와 성원이 만들어낸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