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7일 채택한 공동 설명서에 "미국은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대한 한국의 관심을 환영한다"고 명기했다. 박 대통령이 밝힌 TPP 가입 의사에 대한 오바마 행정부의 반응은 '관심에 대한 환영'에 그쳤다. '한국의 가입 의사 표명을 전폭 환영한다'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두 정상은) 한국의 TPP 참여 문제에 대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했다. 그러나 그 자리에 있던 오바마 대통령은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그 대신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를 거론하며 "문제가 있다면 좀 더 신속하게 해결되어야 한다"고 했다. 공동 설명서에서도 "한·미 FTA 이행을 위한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명기했다. 미국은 한국의 TPP 가입보다는 '한·미 FTA 이행'을 강조한 것이다. 미국은 한국형 전투기 개발에 미국 첨단 기술 이전을 딱 잘라 거부한 데 이어 TPP 가입도 우리 정부가 원하는 대답을 주지 않았다.

TPP는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 말 최대 역점 사업이다. 발효를 위해선 의회 비준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미국 내 반대론자들은 이미 발효한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와 한·미 FTA에서 득(得)보다 실(失)이 컸다고 주장한다.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한·미 FTA가 기대했던 이익을 가져다주지 못했다"며 TPP 비준을 반대하고 있다. 의회의 협조가 필수적인 오바마 대통령에게 한국의 TPP 가입은 부담이 될 수 있다.

우리가 TPP 가입을 서두른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라는 사실은 분명해졌다. 이제 미국 등 12개국에서 TPP 비준이 모두 끝난 뒤 협정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무엇보다 한국 시장 개방을 벼르고 있는 일본이 온갖 구실로 한국의 가입에 애를 먹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2년 전 한·중 FTA 에만 몰두하고 TPP를 무시했던 것이 이토록 부담이 될 줄은 몰랐을 것이다. 외교 통상 라인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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