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송환되는 강태용은 조희팔 돈을 받은 수십 명의 명단을 갖고 있다고 한다." "강태용이 입을 열면 핵폭탄이 터질 거다."

'조희팔 사건'을 수사 중인 대구지검 주변에서 최근 이런 말이 돌고 있다. 강씨가 송환되면 '조희팔 로비 리스트'에 대한 본격 수사가 이뤄질 수밖에 없게 된다. 대구지검은 14일 강씨 등 조희팔씨 주변 인물들에 대한 광범위한 계좌 추적에 들어갔다. 강씨가 '로비 내역'을 진술하지 않고 버틸 경우에 대비한 증거 확보 작업이다.

검찰과 경찰 모두 "철저한 재수사"를 다짐하고 있지만 한편으론 뒤숭숭한 분위기도 감지됐다. 과거 이뤄진 수사에서 주로 검찰·경찰 관계자가 조씨를 비호해주는 대가로 뇌물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13일 밤 대구경찰청에서 조씨를 수사했던 전직 경찰관 정모(40)씨가 검거됐다. 그는 중국 광저우(廣州)행 비행기를 탔다가 중국 공항에서 검거됐다. 정씨는 지난 2009년 중국에 숨어 있던 조씨를 찾아가 골프와 술 접대를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돼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그와 별개로 강태용씨에게서 제과점 개업 비용 1억원을 받은 혐의가 더 드러난 상황이었다. 정씨는 강씨가 검거됐다는 소식에 중국으로 도망가려다 덜미를 잡힌 것이다.

2008년 9월 '조희팔 사건'이 터진 이후 지금까지 조씨 일당을 비호하며 금품을 받은 공무원은 10여명에 이른다. 이들이 받은 뇌물액은 34억원을 넘는다. 부장검사부터 검찰 수사관, 경찰, 교도관까지 뇌물을 받았다. 조씨 측에 수사 정보를 빼준 경우도 있고, 조씨에 대한 수사를 못 하도록 압력을 넣은 경우도 있다.

대구경찰청 강력계장이던 권모(51) 전 총경은 2008년 10월 조씨의 업체에 압수 수색을 나가기 전날 9억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 2일 구속됐다. 검찰은 그가 조씨 측에 압수 수색 정보를 빼준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구속된 전직 경위 김모(49)씨는 조씨 돈을 권 전 총경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드러난 조씨 비호 세력 가운데 제일 거물급은 김광준 전 서울고검 부장검사다. 강태용씨의 고교 동문인 그는 2억7000만원을 받았다. 김 전 검사는 조씨 사건을 담당하던 대구지검 서부지청 차장을 지냈다. 돈을 건넨 강씨가 김 전 검사를 위해 차명 계좌까지 만들어줬다.

뇌물 규모나 대담함으로 치면 대구지검 서부지청 전 수사관 오모(54)씨가 으뜸이다. 그의 처남이 조씨의 다단계 회사 간부였다. 오씨는 조씨 일당의 수사 대책 회의 멤버로 참여해 '수사를 피하는 법'을 가르치기도 했다. 16억원 가까운 돈을 받았다. 대구경찰청 소속 임모(47) 전 경사는 조씨 일당이 빼돌린 돈 6억원을 대신 맡아 숨겨온 혐의로 기소됐다.

검경 관계자들 외에 다른 비호 세력도 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조씨가 2008년 12월 밀항할 때 해경이 뒤를 봐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다. 해경은 당시 "마약 사범인 줄 알고 중국 배와 접선하는 순간 체포하려다 실패했다"고 해명했다. 대구 지역의 경찰관은 "부장검사나 총경 한 사람을 빼곤 대부분 '피라미급'만 걸린 게 아니냐"며 "조희팔·강태용씨가 지역 정계 인사나 검찰 등에 공을 들인 건 다 아는 얘기"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