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솥 밥을 짓고 있는 박금철 명인.

가마솥 뚜껑을 열자 구수한 냄새가 퍼졌다. 갓 지은 밥 위로 뜨거운 김이 솟았다. 박금철(59)씨가 농사지어 며칠 전 수확한 햅쌀로 지은 밥이다. 밥알은 기름을 바른 듯 반짝거렸고, 한 알 한 알 살아 있는 밥알을 씹으니 차지고 달았다. '반찬이란 밥이 맛없을 때 필요한 것'이었다. 박금철씨는 '이천 쌀밥 명인'이다. 경기도 이천에서는 매년 가을 '이천쌀문화축제' 기간에 밥 짓는 일에 도가 튼 명인을 매년 한 명씩 뽑는다. 2007년 3대 이천 쌀밥 명인으로 선정된 박씨는 "밥은 쌀과 불과 물이 삼위일체가 되어야 하는 예술"이라고 했다.

'완전미'를 골라라

맛있는 밥은 완벽한 쌀 고르기에서 출발한다. 8대 명인 박혜영씨는 "쌀알이 탱글탱글하고 반질반질 광택이 나면서 금이 가거나 깨지지 않은 쌀이라야 밥이 맛있다"고 했다. "부서진 쌀알에서 전분이 흘러나와 밥이 질척해지는 탓"이다. 이천시농업기술센터 오백영 식량작물팀장은 "완전미(完全米)란 쌀알의 원형을 고스란히 유지하면서 맑고 투명하며 찹쌀처럼 흰 부분이 없고, 금이 가지 않은 쌀"이라고 했다. "푸른빛이 돌면 쌀이 덜 여물었다는 증거죠. 검은 부분이 있으면 벌레 먹은 거고요." 밥맛이 가장 좋은 쌀 수분함량은 16% 정도. 오 팀장은 "수확해 바로 도정해 시장에 내놓는 햅쌀의 수분함량이 이쯤 된다"고 했다. 쌀은 도정 후 7일이 지나면 산화가 시작돼 15일이 지나면 맛과 영양이 사라지기 시작한다. 묵은쌀을 햅쌀처럼 맛있게 지을 수도 있다. 식초 한 방울 떨어뜨린 물에 담갔다가 씻거나 찹쌀과 섞어 지으면 맛이 훨씬 나아진다.

아기 다루듯 씻어라

박금철 명인은 쌀을 씻을 때 아기 다루듯 조심스러웠다. "찬물에 빨리 씻어서 버리고 다시 새 물로 씻기를 반복해요." 쌀을 박박 씻어야 밥이 맛있다는 건 잘못된 상식이다. "쌀알을 서로 비비면 깨지거나 금이 가니까요." 단, 묵은쌀은 박박 비벼 씻으면 군내를 제거할 수 있다. 씻은 쌀은 물에 30분~1시간가량 불린다. 쌀을 솥에 안칠 땐 불렸던 물은 버리고 새 물을 붓는다. 임병은 7대 명인은 "불리는 동안 쌀에서 전분이 빠져나오기 때문"이라고 했다. 밥물의 양은 햅쌀은 쌀 양의 1.1배, 묵은 쌀은 1.2~1.5배다.

이천 쌀밥 명인이 갓 수확한 햅쌀로 가마솥에 지은 밥을 사발에 퍼 담고 있다. 반찬이 필요 없을 만큼 잘 지은 밥이었다.

가마솥이나 냄비에 밥을 지을 땐 센 불에서 끓이기 시작한다. 박혜영 명인은 "약한 불에서 밥을 짓기 시작하면 죽처럼 질어진다"고 했다. 박금철 명인은 "밥물이 솥 밖으로 넘치면 밥맛이 떨어진다"면서 "정확하게 잡아 놓은 밥물의 양이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잡곡밥은 이렇게…]

건강을 생각해 잡곡밥을 선호하는 이가 늘고 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종류의 잡곡을 섞는 건 좋지 않다. 건강 식생활 제안 잡지 '더 라이트' 박성주 편집장은 "잡곡에는 다양한 섬유질이 풍부한데, 이 섬유소 성분이 무기질 흡수를 방해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잡곡은 흰쌀보다 단백질이 많아 소화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2~5가지 잡곡을 쌀과 1대4 비율로 섞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말한다. 노화를 방지한다는 적미(붉은 쌀), 영양소가 풍부한 씨눈이 붙어있는 현미, 시력 회복·항암에 효과적이라는 안토시아닌 색소가 많은 검은콩, 열량이 낮고 염증 완화 역할을 하는 수수, 무기질과 비타민이 풍부하고 '아밀로펙틴' 성분이 밥을 차지게 하는 차조가 주부들에게 인기 높은 잡곡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