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운영사 카카오가 감청 영장에 협조하겠다고 밝히면서 7일 인터넷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하지만 카카오톡 이용자 수십만명이 해외 서비스로 옮겨 갔던 작년 10월 같은 소동은 없었다. 작년 10월 첫째 주 다음 아고라엔 글 100여 건이 올라왔지만, 7일엔 몇 건 되지 않았다.

일부 네티즌은 "카카오가 수사기관에 굴복하고 대화 내용을 다 넘긴다. 이런 것을 배신이라고 한다"고 했다. 반면 "카카오톡이 감청 영장에 응하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은 도대체 카카오톡으로 무슨 범죄를 저지르고 있기에 그렇게 벌벌 떠는 거냐"는 의견도 나왔다. 감청 영장 협조는 사생활 침해가 아니라 적법 절차에 따른 당연한 의무라는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감청하나

수사기관이 카카오톡 대화를 들여다보는 방법은 두 가지다. 과거 대화 내용은 '압수 수색 영장'을 받아야 하고, 미래의 대화를 보려면 '감청 영장'이 필요하다. 그런데 압수 수색 영장 방식은 카카오가 대화 내용을 서버에 보관하는 기간을 2~3일로 줄이면서 사실상 무의미해졌다. 압수 수색 영장을 받아 집행할 때까지 최소 2~3일이 걸리는데 그때는 메시지가 이미 지워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감청 영장 협조를 재개하며 두 가지 사생활 보호 대책을 마련했다. 단체 대화방 내용을 전달할 때는 수사 대상자를 제외한 다른 대화 참여자들 이름을 가리기로 했다. 이름 대신 A, B, C로 구분해준다. '비밀 채팅' 기능도 이미 도입했다. 비밀 채팅은 상대방이 읽는 즉시 서버에서 지워진다. 암호문 형태의 대화 내용을 풀 수 있는 키(key)를 서버 대신 이용자 스마트폰에 저장하는 기술도 적용했다. 암호 키가 스마트폰에만 있기 때문에 서버에서는 대화 내용을 확인할 방법이 원천적으로 차단된다는 것이 카카오 측 설명이다. 비밀 채팅으로 대화하면 압수 수색이든 감청 영장이든 효력을 발휘할 수 없는 셈이다.

◇카카오톡 감청은 왜 필요한가

'배우 이시영씨와 소속사가 갈등을 빚는 과정에서 이씨의 성관계 동영상이 유포됐고, 이 때문에 이씨가 자살을 시도했다'는 것이 지난 6월 카카오톡과 SNS 등을 통해 삽시간에 퍼진 일명 '이시영 찌라시'의 내용 일부다. 이를 퍼트린 이들은 대학 동문 모임에서 장난처럼 나눈 이야기를 '단체 카톡방'에 올렸고, 이게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지난 8월 청부 살해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형식 전 서울시의원 사건 때도 '만약 들통나면 부인하라'는 취지의 카카오톡 메시지가 결정적 유죄 증거가 됐다.

3900만명이 쓰는 카카오톡은 이처럼 범죄에 이용되기도 하고, 범죄자를 잡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작년 10월 카카오의 감청 영장 불응 선언으로 수사에 적지 않은 차질이 있었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수사기관의 '감청'은 극히 제한된 범위에서 이뤄져 왔다. 감청 영장이 발부된 건 작년 한 해 동안 81건에 불과하다. 감청당하는 사람은 이용자의 0.0001%도 안 된다. 게다가 국가보안법이나 살인·유괴·성폭행 사건만 감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