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석 정치부 기자

최윤희(해사 31기·62) 제38대 합참의장이 7일 오후 국방부 연병장에서 전역식을 가졌다. 이날 행사에는 한민구 국방장관과 새로 취임한 이순진 39대 합참의장,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 각군 참모총장 등 현역 군수뇌부와 역대 합참의장, 예비역 장성들이 참석했다. 최 의장은 1973년 해군사관학교에 입학해 해군 최초로 현역 군인 최고서열인 합참의장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그는 해군작전사령부 작전참모처장, 해군본부 인사참모부장, 해군사관학교장, 해군참모총장 등 주요 요직을 지냈다. 그는 최근 지인들에게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배경도 인맥도 없이 능력도 부족한 제가 혈혈단신(孑孑單身)으로 이 자리까지 오른 건 오로지 업무에만 집중했기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최 의장은 42년 8개월 동안의 군생활에서 가장 회한(悔恨)이 남는 일로 2002년 6월 29일 제2연평해전과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폭침을 꼽았다. 그는 매년 3월26일과 6월29일, 현충일 대전국립현충원에 들러 두 사건으로 숨진 용사들의 묘역에 참배하고 직접 묘비를 닦아왔다. 해군참모총장 재직 시에는 제2연평해전을 소재로 한 영화 '연평해전' 제작비가 부족하다는 얘기를 듣고 모금 운동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8월 북한의 지뢰·포격 도발 당시 완벽한 군사 대비 태세로 북한에게서 사실상 항복을 받아내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

40년 넘게 이 나라 안보의 최전선을 지켜온 최 의장은 국민들로부터 박수를 받을 자격이 있다. 그게 정상이다. 그러나 이날 행사장 분위기는 이상할 정도로 가라앉아 있었다. 최 의장이 퇴임 연설에서 "제 아내는 제가 군인으로서는 90점 이상이지만 남편·가장으로서는 30점도 안 된다고 말한다"고 농담을 건넸지만 웃는 사람을 찾기 힘들었다. 대개의 군 고위 장성 전역 행사와는 너무도 달랐다. 오히려 이날 행사장 곳곳에선 그가 퇴임하자마자 검찰 수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7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대연병장에서 열린 ‘제38·39대 합참의장 이·취임식 및 전역식’에서 최윤희 합참의장(오른쪽)과 이순진 신임 합참의장이 무개차(無蓋車)를 타고 열병(閱兵)하고 있다.

[제38대 최윤희 합참의장은 누구였나]

최 의장은 해군참모총장 재임 시절 해상작전헬기 도입 사업과 관련해 가짜 시험평가서를 꾸미도록 지시했다는 의혹을 올 초부터 받아 왔다. 검찰은 그의 부인 금융계좌 등을 압수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에 대한 검찰 수사는 아직 내사(內査) 단계이다. 그를 둘러싼 의혹이 모두 사실무근이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렇게 돼서 이 나라 현역 군 서열 1위에 올랐던 최 의장은 물론이고 우리 군 전체의 명예도 지켜지길 바라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합참의장으로 재직한 2년 동안 우리 군의 각종 방산 비리가 터져나왔다. 검찰의 방산비리 합동수사단이 지난 7월 발표한 중간 수사 결과에 따르면 해군에서 찾아낸 비리 규모만 8400여억원에 달했다. 합수단은 최 의장이 군복을 벗으면 어떤 형식으로든 의혹 규명을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날 최 의장의 전역 행사장 분위기가 무겁기 짝이 없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군 비리의 어두운 그림자가 40여 년 군 생활을 마감하는 최 의장의 전역식장에까지 드리워져 있었던 것이다.

지난달 25일 열린 마틴 뎀프시 미국 합참의장 전역식에선 환호와 박수가 끊이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행사에 직접 참석해 "당신이 보여준 헌신에 국가는 최고의 감사를 표한다"고 했다. 이것이 제대로 된 나라에서 올곧은 군인을 예우하는 법이다. 그러나 우리 군은 퇴임하는 합참의장이 법의 심판대에 서는 것 아닌가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이 어둡고 불행한 현실을 바로잡지 않고서는 이 나라 안보도 바로 설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