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가 아파트로 꼽히는 서울 한남동 ‘한남더힐’ 전용면적 243㎡는 지난달 초 69억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올 7월에도 전용 244㎡가 77억원에 새 주인을 만났다. 이 단지는 작년 3분기에 1건도 거래가 없었지만, 올 3분기에는 30억원 이상 매매 거래가 7건이나 이뤄졌다. 거래액은 363억4000만원에 달했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주택 경기가 좋아지면서 여윳돈이 있는 자산가들이 랜드마크 단지 위주로 지갑을 열고 있다는 뜻”이라며 “고가 주택은 수요가 충분한 반면, 상품성을 갖춘 물량은 많지 않아 당분간 가격 강세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30억원 넘는 고가 아파트 거래 급증

서울 강남의 고가 아파트로 꼽히는 삼성동 ‘아이파크’는 올 들어 9월까지 30억원이 넘는 매매 거래가 총 8건에 거래액은 325억3500만원이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거래 건수는 1건 늘었지만, 거래액은 28%나 증가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1가의 ‘갤러리아 포레’는 8월 중순 전용 241㎡가 49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올 7월 같은 면적 아파트가 46억원에 팔린 것과 비교하면 한 달 만에 시세가 3억5000만원 오른 것이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부동산 시장이 호황이다 보니 집주인들이 팔려고 내놓았던 고가 아파트 매물을 회수하는 분위기”라며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3.3㎡당 4000만원이 넘는 아파트 분양이 잇달아 성공하면서 지방에서도 고가 주택 거래가 활성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에서는 부산 해운대 주변 고가 아파트 시장이 꿈틀거리고 있다. 8월 부산 해운대구 우동의 ‘해운대 두산위브더제니스’는 70층 전용 209㎡가 35억1032만원에 거래됐다. 이 단지에선 올 들어 전용 200㎡가 넘는 대형 아파트가 12건이나 팔렸다. 12건 중 10건은 거래 액수가 30억원을 넘었다. 작년 같은 기간에는 전용 200㎡ 초과 아파트 거래가 4건뿐이었고, 거래액도 30억원을 넘는 경우가 한 건도 없었다.

부산 역대 최고 분양가 아파트 등장

신규 분양 시장에서도 고가 아파트의 인기가 오르고 있다. 8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분양한 ‘대치 SK뷰’는 3.3㎡당 3900만원이 넘는 분양가에도 평균 50.6대1 청약경쟁률로 마감됐다. 서울 강남·서초구엔 이달부터 ‘서초 래미안 에스티지S’ ‘반포 센트럴 푸르지오 써밋’ ‘아크로 리버뷰’ ‘반포한양 자이’ 등 재건축 아파트가 줄줄이 공급된다.

중대형 아파트 수요자도 눈에 띄게 늘었다. 지난달 서울 성동구 옥수동에 분양한 ‘e편한세상 옥수파크힐스’ 전용 115㎡는 9.5대1, 인근 금호동에 공급된 ‘힐스테이트 금호’ 전용 114㎡는 6.2대1 경쟁률로 1순위 마감됐다.

부산에선 이 지역 역대 최고 분양가 아파트가 공급된다. 이달 8일 모델하우스를 여는 ‘해운대 엘시티 더샵’은 평균 분양가가 3.3㎡당 2700만원으로 지금까지 부산에서 분양된 아파트 중 가장 비싸다. 최고 85층에 전용면적 144~244㎡ 882가구로 구성된 이 단지는 국내에서 가장 높은 아파트이다. 전 세대를 바다 조망이 가능한 남향으로 배치했다. 분양 관계자는 “분양가가 비싸다는 지적이 있지만, 최근 부산 지역의 청약 열기가 뜨거운 데다가 고급 주택 수요가 많아 반응이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경매시장서도 중대형 아파트 인기

부동산 경매시장에서도 고가·대형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감정가를 웃도는 고가(高價) 낙찰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9월 초 경매에 나온 서울 강남구 대치동 ‘쌍용대치아파트’ 전용 162㎡는 응찰자가 21명 몰리면서 감정가의 118%인 15억1040만원에 낙찰됐다. 2주 뒤엔 같은 단지 같은 면적의 1층 아파트가 감정가의 121%인 15억5000만원에 팔렸다. 수요자 선호가 덜한 1층인데도 그사이 낙찰가가 4000만원이나 오른 것이다.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부동산 경기가 절정이던 2006년 이후 9년 만에 처음으로 ‘강남 3구’ 아파트 낙찰가율이 100%를 돌파했다”며 “실수요자보다는 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물건 확보에 나서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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