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

1936년 영화 '모던타임즈'에서 찰리 채플린은 컨베이어 벨트 앞에 온종일 서서 스패너를 들고 나사를 조인다. 컨베이어 벨트의 움직임을 놓칠새라 끊임없이 나사를 조이다 보니 컨베이어 벨트가 그에게 작업을 명령하고 그의 행동을 통제하는 모습이다.

산업 발전사를 대입해 보면 '모던타임즈'는 대량생산과 분업화가 골자인 포드주의의 대표적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포드주의는 1913년 미국 자동차 산업의 아버지라는 헨리 포드가 컨베이어 시스템을 생산 공정에 도입해 표준화된 대량생산 체제를 갖춘 데서 비롯됐다. 그 결과 포드자동차는 비약적 생산성 향상을 달성한다. 1910년 1만9050대를 생산했던 포드자동차가 포드주의 도입으로 1914년엔 무려 26만7720대나 생산하게 된다. 당시 포드자동차의 근로자는 1만3000명 정도였는데, 미국 내에 나머지 자동차 회사 전체 근로자인 299곳 6만6350명은 28만6770대를 생산하는 데 그쳤다.

포드주의는 전기의 등장과 생산성 향상으로 요약되는 19세기 후반 2차 산업혁명에 속한다. 이보다 앞서 증기기관으로 대표되는 1차 산업혁명이 나타났고, 공장 자동화가 핵심인 3차 산업혁명은 1970년 전후에 있었다. 이후 스마트디지털 공장으로 압축되는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고 있다고 이 책 '인더스트리 4.0'(한석희·조형식·홍대순, 페이퍼로드)은 주장한다.

'인더스트리 4.0'의 발원지는 독일이다. 독일 남부 도시 카이저슬라우테른. 지멘스 등을 포함한 20여 기업이 참여한 인공지능 생산 시스템 공장이 있다. 이 공장의 생산 라인에선 같은 제품만을 생산하지 않는다. 고객의 주문이 들어오면 즉시 고객 요구에 맞춰 한 생산 라인에서도 다양한 사양의 제품을 생산한다. 그 과정에서 어느 누구의 확인이나 지시도 필요하지 않다. 생산 공정에 무선 주파수 인식 기술(RFID)이 융합된 결과다. 이러한 스마트 공장이 점차 여타 산업의 복잡한 제품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하니 앞으로 독일 제품의 경쟁력이 두려울 따름이다.

우리는 어떤가. 현 정부도 '제조업 3.0'을 기치로 스마트 공장 보급 등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사업 초기 단계인 데다가 가시적 성과는 아직 없는 듯하다. 이 책은 한 박자 늦은 우리나라에 경고 메시지를 던진다. 독일 등은 '인더스트리 4.0'의 큰 흐름을 주도하면서 저렴한 비용으로 품질 우위의 제품을 공급할 것으로 보인다. 그 흐름에 올라타지 못한다면 우리나라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도 언제 도태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