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8시부터 서울고검 청사 엘리베이터 4대 중 2대는 ‘일반인 이용 불가’였다. 멀쩡한 엘리베이터가 통제된 건 이날 오전 10시부터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검 산하 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 때문이었다. 검찰이 엘리베이터 2대를 ‘의원님 전용’으로 배려한 것이다.

이득홍 서울고검장 등 각 지검 검사장들이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법사위 소속 의원은 16명이다. 오전 10시가 넘어서도 법사위원 한 명이 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의원 전용 엘리베이터는 일반인 사용 불가였다. 이 때문에 100명이 넘는 취재진과 검찰 직원들은 화물·장애인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 했다. 국감장이 있는 14층, 15층에서 1층까지 걸어 내려가는 일도 있었다. 사람이 몰린 점심 때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엘리베이터 안과 밖에는 여직원이 배치했다. 백화점에서도 사라진 지 오래인 '엘리베이터 걸'이 국감 현장에 나타난 것이다. 한 의원은 이런 의전이 몸에 밴 듯 엘리베이터 안에서 안내하는 여직원에게 "바쁘다. 빨리 닫아라"며 반말을 했다.

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가 열린 서울고검 청사 앞 잔디밭에 의원들 차량이 주차돼 있다. 검찰은 의원들을 위해 잔디밭을 주차장으로 바꿨다.(오른쪽) 같은 시각 직원 전용 주차장은 텅 비어있다.(왼쪽)

국감 시작 전 이득홍 서울고검장을 비롯해 검사장들은 청사 앞에 '도열'해 국감장에 나오는 의원들을 일일이 맞이했다. 서울고검 청사 앞 잔디밭은 '의원 전용 주차장'으로 변했다. 평소 민원인들이 주차할 곳이 없어 이중 주차를 하거나 인근 유료 주차장을 이용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개방하지 않았던 잔디밭이다. 이날 직원 전용 주차장은 텅비어 있었는데도 의원들은 청사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운 잔디밭에 차량을 세웠다.

이날 법사위의 서울고검 국감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의 대리전장을 방불케 했다. 야당 의원들은 검찰이 김 대표 사위의 마약 복용 혐의를 수사하면서 '봐주기 수사'를 한 게 아니냐며 검찰을 몰아붙였다. 여당 의원들은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 박주신씨의 병역기피 의혹에 대해 재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전 내내 질의하는 의원이 달라져도 질의 내용은 똑같고 검찰 답변 역시 비슷한 의미 없는 공방만 이어졌다. 포스코 수사나 방위산업비리 수사 등 검찰이 수사 중인 현안들은 모두 묻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