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30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잠정 합의한 '안심번호를 활용한 국민공천제'에 대해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무성 대표는 이날 곧바로 "청와대의 지적은 다 틀렸다"고 반박했다. 당·청(黨·靑)이 내년 4월 총선 공천 문제를 놓고 정면 충돌로 향하는 양상이다. 겉으론 제도의 공정성을 놓고 다투는 듯하지만 본질은 공천 주도권을 누가 잡느냐를 놓고 벌이는 갈등이라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분석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청와대 기자실을 찾아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는 ▲역선택 ▲조직 선거 ▲세금 공천 등 우려스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고 했다. 청와대 측의 이 같은 비판은 '유엔 외교'를 마치고 이날 귀국한 박근혜 대통령이 지시해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대표는 이날 본지 인터뷰 등을 통해 "지금까지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참고 있었다"며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만큼은 친박(親朴)계나 청와대 측에 밀리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김 대표는 "전략 공천은 내가 있는 한 없다"고도 했다.

김무성(오른쪽) 새누리당 대표가 30일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논의하기 위해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키워드 정보] 김무성 회의 불참...서청원 "안심번호는 국민공천제 아니다" ]

새누리당은 이날 의총에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고, 당내에 공천제도 확정을 위한 특별 기구를 신설해 논의를 계속하기로 했다.

이번 충돌은 총선 공천권을 놓고 여권(與圈)의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 간 전면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 100% 여론조사로 결정하는 공천제를 도입할 경우 현역 의원이 유리해 현재의 여당 정치 지형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여당 정치 지형은 지난해 7월 전당대회나 정의화 국회의장, 유승민 원내대표의 당내 경선 승리 등에서 드러나듯 비박(非朴)계의 우위, 친박계의 열세다. 비박계인 김 대표 입장에선 현역 의원들에게 유리한 공천 방식을 도입하게 되면 20대 국회에서도 자신의 세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친박계나 청와대는 박 대통령 집권 4년차 이후 국정 장악력을 놓치지 않기 위해 총선에서 최대한 공천 지분을 확보하고자 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는 영향력 행사가 가능한 기존 공천심사위 등을 통한 공천 방식을 선호하는 것 같다"고 했다.

비박계 김성태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청와대는) '이렇게 하면 전략 공천을 못 하지 않느냐'고 솔직하게 얘기를 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는 "80~90% 현역 의원이 재(再)공천되는 제도를 김 대표가 집착하는 데는 정치적 노림수가 깔려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