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 참석 차 미국을 방문한 나렌드라 모디(65) 인도 총리가 미국 서부 실리콘밸리를 방문했다. 인도 총리가 미국 서부 지역을 방문한 것은 1982년 인디라 간디 총리의 LA 방문 이후 33년 만이다. 외신들은 모디 총리의 이번 행보에는 인도를 'IT 강국'으로 만들겠단 그의 강력한 의지와 실리콘밸리 일선에서 뛰고 있는 인도 출신 인재를 격려하기 위한 뜻이 담긴 것이라고 전했다.

27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먼로파크의 페이스북 본사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 참석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사회자로 나선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가 서로 포옹하고 있다.

27일(현지 시각) 모디 총리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먼로파크 페이스북 본사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미국식 공개 토론회)에 참석했다. 현장에는 1200여 명의 관중이 모였는데, 대부분이 인도 이민자와 인도 출신 실리콘밸리 기술자였다. 실리콘밸리에는 '일리콘밸리(Indian+Silicon Valley)'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인도인 엔지니어들이 근무하고 있다.

이날 사회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질문은 세계 곳곳의 페이스북 이용자들이 던졌다. 모디 총리는 "당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인 어머니에 대해 말해달라"는 질문에서 잠시 눈물을 글썽거리기도 했다. 모디 총리는 대답에 앞서 관중석에 있던 저커버그 부모님에게 잠시 일어서 줄 것을 부탁한 뒤, 관중석을 향해 "저커버그를 키운 두 분에게 축하 박수를 보내달라"고 청했다. 이어 그는 "나는 아주 가난한 가정에서 자랐다"며 "내가 어렸을 때 어머니는 이웃집에서 설거지·청소·빨래 등을 하며 우리를 키웠다. 자식을 키우기 위한 어머니의 희생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외신들은 "대답을 하는 모디 총리의 목소리가 떨렸으며, 이 질문이 그를 거의 울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실제 모디 총리는 신분제인 인도 사회에서 엘리트 가문 출신이 아닌 하위 계급인 '간치' 출신으로, 식료품 잡화상 집안의 6남매 중 셋째로 태어났다. 모디 총리는 "인도 국민의 80%에 해당하는 10억명의 사람들이 아직도 인터넷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를 해결하는 것이 인류에게 남은 가장 위대한 기회"라며 "나 역시도 어린 시절 차(茶)를 팔며 생계를 이을 만큼 가난했지만 소셜미디어를 통해 더 큰 세계로 나아갈 수 있었고 생각하는 방식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처음 소셜 미디어를 시작한 것에 대해서는 '호기심'이라고 답했다. 그는 "당시엔 소셜 미디어가 가진 영향력에 대해 상상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소셜 미디어가 시민들과 매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도구가 됐다"며 "과거 우리는 5년마다 선거를 통해 평가를 받았지만 인터넷에서는 5분마다 이뤄진다"고 소셜미디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실제 모디 총리는 1520만명의 트위터 팔로어(지지자)를 가졌으며, 그의 페이스북에 지지 표시인 '좋아요'를 누른 사람은 300만명이 넘는 등 온라인 상에서 오바마 대통령 다음으로 큰 영향력을 가진 정치인으로 평가된다. 그는 "2019년까지 180억달러(약 20조원)를 투자해 인도 전역을 초고속인터넷으로 연결하겠다"며 최근 인도가 국가 기치(旗幟)로 내건 '디지털 인디아'에 대한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모디 총리는 페이스북 외에도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등 인도인 CEO들도 만났다. 이들은 각각 고국인 인도 철도역 500곳에 무선인터넷 설치, 인도 50만개 시골마을에 인터넷을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