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주(왼쪽), 황순원.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은 시인 서정주와 소설가 황순원을 재조명하는 작업이 활발하다. 문학평론가 이경철이 서정주의 삶과 문학을 탐구한 '미당 서정주 평전'(은행나무)을 펴냈고, 대산문화재단은 황순원 문학을 소재로 한 미술 전시회 '황순원, 별과 같이 살다'전을 10월 1~21일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연다.

'미당 서정주 평전'은 미당의 삶과 함께 대표 시에 얽힌 일화를 탐사한 책이다. 미당이 젊은 날에 짝사랑한 여성의 정체도 자세하게 다뤘다. 미당은 그 사랑의 추억을 '내 너를 찾아왔다 유나(臾娜)'라며 시작한 시 '부활'에 담은 적이 있다. 미당은 생전에 "원래 이름이 '유라'였는데 '유나'라고 쓴 것"이라고 회상했다. 그는 "1936년 1월 임유라(任幽羅)와 만나 가회동 7번지 주변을 배회했다"며 "일본 유학도 다녀온 그 여성은 결국 나보다 훨씬 멋쟁이 핸섬보이를 따라 가버렸어"라고 했다.

그러나 '임유라'는 본명이 아니었다. 연구자들 사이에선 '유라'가 아니라 시인이 '수나(叟娜)라고 쓴 것의 오식(誤植)이란 주장도 제기됐다. 미당도 "수나라고 읽어야지, (실제 인물이 아니라) 그냥 상징인 거지"라고 말한 적도 있다. 연구자들 사이에서 '유나'와 '수나' 논쟁도 벌어졌다. 몇몇 연구자는 '임유라'의 본명이 '임순득(任淳得)'이라고 주장했다. 1930년대 여성해방론을 외친 소설가·평론가였고, 해방 이후 월북했다는 것. '미당 서정주 평전'의 저자는 미당의 동생 서정태 시인을 취재했다. 서정태는 "임유라의 실제 이름은 임순득이야. 내가 형 편지도 직접 전해주곤 했응께 분명히 기억나"라고 말했다. 이 평전은 미당의 마지막 시작(詩作) 노트에서 찾아낸 유고(遺稿)도 소개했다. '더 없이 아름다운/ 꽃이 질 때는/ 두견새들의 울음소리가/ 바다같이 바다같이/ 깊어가만 가느니라'라는 5행 시를 미당의 절명시(絶命詩)로 해석했다.

대산문화재단이 마련한 '황순원, 별과 같이 살다' 전시회는 김선두 등 화가 7명이 황순원 소설을 형상화한 회화 37점으로 꾸며졌다. '소나기'를 비롯해 황순원 소설이 그려낸 한국적 소박함과 서정미를 시각으로 느끼게 했다. 황순원의 대표 단편 7편과 회화를 묶은 소설집 '소나기·별'도 교보문고 출판사에서 함께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