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軍)은 지난해 9월 40대의 F-35A 전투기를 7조3418억원에 들여오기로 미국 록히드마틴사와 계약했다. 당시 군과 방위사업청 등은 25건의 기술 이전 또는 기술 지원을 받기로 했다며 이에 따른 경제적 효과만 14억달러에 이른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우리 정부가 추진 중인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에 필수적인 기술이 포함돼 있다고 했다. 그러나 방위사업청이 국회 국정감사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미국 정부가 한국형 전투기의 핵심 장비인 AESA(위상배열) 레이더 통합, 적외선 탐색 및 추적장비(IRST), 전자광학표적 추적장비, 전자전 장비 통합기술 등 4건의 기술 이전을 불허(不許)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는 2025년 개발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는 한국형전투기 사업은 18조원 넘는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사상 최대 규모의 무기 개발 사업이다. 8조원 가까운 돈을 들여 미국 회사로부터 전투기를 사기로 하면서 옵션으로 약속받은 기술 이전이 어렵게 돼 이 중대한 사업에까지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이렇게 됐는데도 미국 회사에 아무런 책임도 물을 수 없다고 한다. 방사청은 지난해 F-35A를 최종 선정하면서 록히드마틴이 기술 이전을 제안했다고 선전했다. 기종 선정 과정에서도 이 부분이 높게 평가됐다고 한다. 그랬던 방사청이 이제 와서 이 4개 기술 이전은 정식 계약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미리 록히드마틴이 약속한 핵심 기술 이전에 대한 미국 정부 입장을 타진했다면 지금처럼 황당한 상황에 빠지지는 않았을 테고, 록히드마틴과의 구매 조건 협상 입지도 좋아졌을 것이다.

정경두 공군참모총장은 22일 국감에서 "미국이 4개 기술을 제공하지 않아도 KFX를 개발하는 데 문제는 없다"고 답변했다. 독자 개발 또는 유럽 회사 등과의 기술 협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기술 이전을 그토록 선전·홍보한 이유가 뭔가. 거듭되는 방위사업 비리로 인해 무기 도입 사업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바닥에 떨어졌다. 군의 설명을 믿을 수 없다. 독자 개발 성공의 불확실성 등으로 국민 부담은 더 커지게 됐다. 그 책임은 또 누가 질 건가.

앞으로도 미국 무기업체들이 이런 식으로 되지도 않을 조건을 내걸고 계약을 따낸 뒤 미국 정부 핑계를 대면서 빠져나갈 경우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이런 미 업체들의 장난과 그에 눈 뜨고 당하는 우리 군의 무능을 더는 참을 수 없다.

정부는 이번 사태의 진상을 정확히 밝혀내고 우리 군의 문제가 뭔지, 록히드마틴 측의 책임은 어디까지인지 철저히 따져야 한다. 최악의 경우 F-35 도입을 전면 재검토할 수도 있어야 한다. 록히드마틴은 한국형 전투기 사업도 사실상 맡을 가능성이 높다. 이 역시 백지화하고 유럽 업체든 어디든 더 좋고 더 확실한 조건을 내거는 쪽으로 가야 한다. F-35 도입 결정 때 일각에서 우려했던 '돈 쓰고 을(乙) 되는 꼴'이 현실화되고 있다.

[2015년 국정감사 軍관련 국정감사 정보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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