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대6으로 갈리자 '캐스팅 보트' 쥔 양승태 대법원장이 "현상 유지" 선택]

바람을 피우는 등 잘못을 저지른 배우자가 청구한 이혼 소송에 대해 대법원이 "종전 판례와 같이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결했다. "혼인 관계가 실질적으로 파탄 났다면 누가 이혼 소송을 내든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졌지만 '시기상조'라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15일 혼외자(婚外子)를 둔 남편 백모(68)씨가 아내 김모(66)씨를 상대로 낸 이혼 소송의 상고심에서 대법관 13명 중 7대6으로 "백씨에게 파탄의 책임이 있으므로 백씨가 낸 소송을 기각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양승태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7명은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는 파탄의 책임이 없는 상대방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 별도로 없기 때문에 섣불리 파탄주의를 받아들일 경우 상대방, 특히 여성 배우자가 일방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도 다수 의견을 낸 대법관 7명은 "세월이 많이 지나 책임 여부를 따지는 것이 무의미하고, 잘못을 상쇄할 정도로 상대방·자녀를 배려한 경우에는 이혼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예외 사유'를 확대했다. 이 예외 사유는 앞으로의 이혼 사건 하급심 재판 때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또 대법관 6명이 "실질적 이혼 상태라면 이에 맞게 법률상 혼인 관계를 정리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반대 의견을 내 향후 판례 변화 가능성을 엿보였다.

1976년 결혼한 백씨는 1998년 다른 여성과의 사이에서 혼외 자녀를 낳았고 2000년부터 집을 나갔다. 오랜 별거 끝에 2011년 백씨는 김씨를 상대로 이혼 소송을 냈으나, 1·2심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1965년 "잘못이 큰 배우자(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결한 이래 '유책주의(有責主義)'를 고수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