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 제품을 악의적으로 비방하는 기업들의 흑색선전은 전단이나 현수막을 사용하는 전통적 수법에서 나아가 인터넷이나 SNS 등 온라인을 무대 삼아 점점 더 교묘해지고 있다. 경쟁사의 악의적인 허위 비방글이란 티를 내지 않기 위해 인터넷 커뮤니티나 블로그, SNS 등에서 소비자가 사용 후기를 올린 것처럼 포장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2012년 하이트진로는 경쟁사인 롯데주류의 소주 '처음처럼'을 비방하는 전단과 현수막을 만들어 거리에 게시·배포했다가 3년 뒤인 지난 6월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1억4300만원을 부과받았다. 당시 하이트진로 측은 수도권 지역에 '처음처럼 독(毒)' '불법 제조' 등이 적힌 전단과 현수막을 배포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최근엔 온라인 마케팅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기업 간 '비방 마케팅'이 온라인으로 집중되는 추세다. 지난해 5월 카카오톡 등 SNS에서 오비맥주의 '카스'에 대해 '맥주 창고 세척하는 데 소독약을 못 헹군 듯' '가임기 여성은 마시면 안 된다'는 등의 내용이 급속도로 퍼졌다. "카스 맥주에서 냄새가 난다"는 루머가 퍼지자 오비맥주 측은 지난해 8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하이트진로 본사와 대리점의 일부 직원들이 메시지 유포에 가담한 정황을 잡고 지난해 12월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최근에는 고가의 건강식품·화장품 분야에도 '제품 사용 후기'를 가장한 '악플 마케팅'이 횡행하고 있다고 업계에선 말한다. 경쟁사 제품을 비방하는 '가짜 체험기'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홍보대행업체 관계자는 "인터넷에서 홍보할 때 타사 제품의 단점을 부각하는 것은 필수"라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업계에선 경쟁업체끼리 서로 비방하고 음해하며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일을 당연시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허위 비방글을 올린 측에서도 '경쟁사도 그렇게 하기 때문에 방어 차원에서 안 할 수 없다'는 식으로 나온다"고 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같은 업종끼리 근거 없는 비방과 공격을 계속해서 일삼게 되면 소비자들이 등을 돌려 업계 전반의 공멸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