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화면 캡처

국비로 해외 연수까지 다녀온 초·중·고교 일부 영어 교사의 영어 실력이 중학교 상위권 학생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연수비 1200만원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이종훈(새누리당) 의원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광주(光州)시와 전라남·북도, 제주도교육청 등 4개 시·도 교육청에서 영어 교사 191명이 6개월간 심화 연수를 받았다. 3~5개월은 국내에서, 나머지 기간은 미국·영국·호주 등에서 연수를 받았다. 연수 비용으로 교사 1인당 1200만~1800만원이 들었다.

[이종훈 새누리당 국회의원]

전북 교사 26명은 연수를 다녀온 뒤 토익(TOEIC) 시험을 봤는데, 그중 10명(38.4%)이 990점 만점에 700점 미만이었다. 평균이 749점으로, 600점대가 7명, 500점대 2명이었고, 450점을 받은 교사도 1명 있었다. 토익은 실용영어 능력을 평가하는 듣기·읽기 시험으로, 대부분 공공기관과 공기업에서 입사 지원자들에게 750점 이상의 어학 성적을 요구한다. 영어를 가르치는 교사들의 점수가 공공기관 채용 지원 자격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토익 시험을 주관하는 미국 ETS (교육평가위원회)는 600점대 수험생은 "짧은 대화나 연설을 듣고 그 중심 내용이나 맥락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며 "읽기에서는 같은 내용이 다른 표현으로 바뀌거나 쉬운 단어라 할지라도 다른 의미로 사용되면 그 뜻을 추론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입시 전문가들은 "토익 600점은 고교 중위권 학생들이 받는 점수"라고 했다.

◇"문법적 오류 나타나는 수준"

교사들이 연수를 다녀온 뒤 제출한 영어 성적을 토익 점수로 환산하면 3명 중 1명꼴(32.1%)로 700점 미만이었다. 최근 도입된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NEAT)을 치른 교사 67명 평균 점수는 400점 만점에 246점이었고, 213점 미만(토익 700점)을 받은 교사는 21명(31.3%)이었다.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교사는 161점으로, 이는 토익 550점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교육부는 밝혔다. 모의 텝스(TEPS) 점수를 제출한 교사 16명 중 4명(25%)이 555점(토익700점) 미만이었다. 텝스 평균 점수는 637점으로 텝스관리위가 밝힌 고교 수험생 평균(690점)보다 53점이나 낮았다. 전남 지역 교사 18명은 영어 회화 시험인 ESPT를 봤는데, 10명(55.5%)이 "간단한 문장은 구사할 수 있지만, 문법적 오류가 종종 나타나는 수준"인 500점대를 받았다.

◇학부모들 "우리 애보다 영어 점수 낮다니"

고등학교 3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양모(50)씨는 "우리 아이보다 영어 성적이 낮은 교사도 있다니 어떻게 믿고 학교에 맡기겠느냐"며 "아이가 학교 수업 시간엔 엎드려 자고 학원에서 공부한다고 해도 말릴 수가 없겠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지난달 모든 학생의 입과 귀가 트이는 '의사소통 중심의 영어교육'을 실시하겠다며 교육과정 개정안 시안을 발표했다. 영어로 수업할 수 있는 교사 비율을 앞으로 75%까지 늘리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한 중학교 3학년 학부모는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기는커녕, 상위권 학생들을 지금처럼 독해 중심으로 가르치는 것도 힘든 수준 아니냐"고 말했다.

이종훈 의원은 "전국적으로는 기본적인 영어 능력을 갖추지 못한 영어 교사가 더 있을 것으로 본다"며 "영어 교사들이 실력을 쌓을 수 있도록 해외 연수 등을 지원해주면서도 객관적으로 달성해야 할 목표를 정하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