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동섭 문화체육관광부 체육정책관

체육계 단체 통합 논의가 뜨겁다. 우리 체육은 엘리트 체육과 생활 체육으로 분리돼 있었고, 소관 단체도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로 각각 나뉘어 있었다. 이러한 단절은 조직 운영의 비효율을 낳았고, 한국이 '스포츠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경기력 강화에만 몰두하는 현 '스포츠 강국' 시스템과 달리, 모두가 스포츠를 즐기고 그 안에서 뛰어난 경기력을 창출하는 것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스포츠 선진국' 시스템이다.

이러한 사회적 합의가 성숙해 지난 3월 대한체육회, 국민생활체육회, 여야와 정부가 모두 동의한 가운데 1년 내 양 단체가 통합할 것을 규정한 국민체육진흥법이 발효됐다. 법은 6월 27일까지 통합준비위원회를 발족하고 그 준비위가 내년 3월 27일까지 통합을 주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준비위는 정부·대한체육회·국민생활체육회 추천 각 3인과 국회 추천 2인 등 11명으로 구성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대한체육회는 법 통과 5개월이 지난 이제껏 준비위원을 추천하지 않아 위원회가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

체육단체 통합 당위성엔 공감하면서 정작 통합 논의가 지지부진한 까닭은 무얼까? 일부 언론은 '밥그릇 챙기기'로 분석한다. 대한체육회는 통합 논의로 내년 8월 리우 올림픽 준비에 차질이 예상돼 통합 시기 1년 연장을 주장하면서, 체육계 자율 통합을 위해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의 통합준비위원 추천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고집하고 있다. 통합에는 찬성하지만 원하는 대로 통합되지 않으면 논의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주장에 누구도 동의하지 못할 것이다. 올림픽을 연기 명분으로 내세우는 것에 대해서도 '임원 중심 체육회 선거에 왜 선수들을 끌어들이느냐'는 등 현장의 목소리는 다르다.

정부는 대한체육회가 95년 역사를 가진 체육계 맏형으로서 당당하게 통합준비위에 들어와 통합 논의에 적극 임해주기를 바란다. 정부는 통합을 일방적으로 추진할 의사가 없으며, 리우 올림픽 준비에 대한 체육계 우려가 크다면 회장 선거 등 통합 일정 조정 방안을 마련해 통합준비위에 건의하는 등 유연하게 대처할 예정이다.

대한체육회는 국민의 대표기관이 만든 법을 준수해야 한다. 기관 대표인 대한체육회장이 법안 통과에 동의한 이상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한국 체육의 미래를 위해 대한체육회는 조건 없이 통합 논의에 참여해 스포츠 선진국의 큰 그림 그리기에 힘을 쏟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