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찬익 기자] 권리와 의무는 균형을 이뤄야 한다. 양계초의 '신민설'에 따르면 권리와 의무는 서로 의지해 성립하는 것이다. 사람이 태어나면 응당 얻는 권리가 있으며 또한 태어나서 응당 다해야 하는 의무가 있으니 이 둘의 양이 적절하게 서로 균형을 이루고 있다. 고로 권리와 의무의 균형은 문명 사회의 상징이라고 했다.

김성근(73) 한화 이글스 감독은 10개 구단 사령탑 가운데 최고령 감독이다. 현장을 떠나서도 비중있는 야구 원로로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4년 만에 프로야구 현장으로 복귀한 그는 목소리를 더욱 높였다.  KBO의 공인구 관리를 비롯해 프리미어12 대표팀 구성, 심판 판정 등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최근에는 청주구장 카메라 논란과 관련해 "KBO는 왜 확인도 안하고 말을 하나. 신중하게 조사한 다음에 이야기하든지 해야 하는데 왜 그렇게 경솔한가. 나도 말을 하지 않고 참고 있는데 KBO는 신중하지 못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김성근 감독은 심판의 고유 권한인 판정에 대한 불만도 드러냈다. 그는 "나도 항의할 게 많다. 심판 판정이 먼저 똑바로 돼야 한다"고 수위를 높였다.

이처럼 김성근 감독은 자신의 권리에 대해서는 강하게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아쉬운 부분은 그만큼 의무에 대해서는 귀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한화는 최진행의 도핑 테스트 적발과 송주호의 이중 엔트리 등록 파문에 이어 지난 12일 사직 롯데전서 덕아웃 내 전자기기 반입 금지 규정을 어겼다.

한화 일본어 통역 담당 직원이 미국 A사의 스마트 워치를 차고 있는 장면이 방송 중계에 잡혔다. 이에 구단 측은 "구단 통역 담당 직원이 무심코 차고 들어갔다. 목적이 있는 건 아니었다. 문자 알람이 와서 시계를 봤던 것이다. 제보를 통해 KBO가 (한화 덕아웃에 전자기기가 반입되었다는 걸) 파악했고 심판이 바로 풀어야 한다고 알려왔다. 실수로 반입된 것이고 곧바로 시계를 풀고 해제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KBO 운영팀장이 한화 운영팀장에게 이 사실을 알려왔고 대기심이 한화 덕아웃을 찾아와 스마트워치를 확인한 뒤 문제사항은 없지만 논란의 소지가 있어 이를 사용했던 통역은 덕아웃에서 나와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야구규정 제26조에 따르면 '경기 시작 후 벤치 및 그라운드에서 감독·코치·선수·구단 직원 및 관계자의 무전기, 휴대전화, 노트북, 전자기기 등 정보기기의 사용을 금지한다. 경기 중 구단 직원 및 관계자는 위 장비를 사용하며 감독·코치·선수에게 그 경기에 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고 돼 있다.

아울러 '구단은 경기장 밖의 센터 후방 및 기타 장소에서 망원 카메라, 특수 장비가 장착된 카메라 또는 비디오 카메라 등으로 상대 배터리의 사인 촬영을 금지한다'며 '상기사항을 위반했을 경우 해당 당사자는 즉시 경기장 밖으로 퇴장당하며 필요시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추가적인 설명이 명시돼 있다.

이는 2009년 SK와 KIA의 한국시리즈에서 사인 훔치기 논란이 벌어진 뒤로 내린 결정. 2009년까지는 감독 옆에서 기록원들이 모니터를 두고 전력분석팀에서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자료를 확인 가능했지만 2010년부터 불가 조치됐다.

'잠자리 눈'이라 불릴 만큼 철두철미한 김성근 감독이 이를 모를 리가 없다. 행여나 몰랐다고 하더라도 덕아웃의 수장으로서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이다.

김성근 감독은 얼마 전 후반기 돌풍의 에이스 로저스가 갑작스럽게 엔트리서 제외된 뒤 경기 전 공식 인터뷰를 수 차례 거부했다. 건강상의 문제라든지 이해할 만한 이유도 없었다. 구단 홍보팀을 통해 일방적으로 인터뷰 거부 의사만 전달했을 뿐이다. 공교롭게도 혹사 논란이 거세지거나 상황이 불리할 때마다 인터뷰를 거부했다. 반면 자신이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이 있을 때면 취재진을 직접 불러 모은다.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처럼 권리와 의무의 균형을 이루지 못하는 김성근 감독. 그의 이름을 검색하면 '내로남불'이라는 연관 검색어가 따라 붙는 이유도 이 때문이 아닐까.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