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위안부 피해자를 추모하는 '소녀들을 기억하는 숲' 착공식이 3일 서울 마포구 월드컵공원에서 열렸다. 사회적 기업 '트리플래닛'이 주관한 이날 착공식에는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88) 할머니와 김선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공동대표, 자원봉사자 3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이날 반송(盤松), 살구나무, 복숭아나무 등 3그루와 도라지꽃·오이풀꽃 등 꽃 100송이를 직접 심었다. 길 할머니는 나무와 꽃을 심고서 흙을 다지며 "살아있는 다른 위안부 할머니들과 죽기 전에 꼭 숲을 함께 걷고 싶다"고 말했다.

3일 서울 마포구 월드컵공원에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을 기리는‘소녀들을 기억하는 숲’착공식이 열렸다.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맨 오른쪽) 할머니가 자원봉사자들과 첫 삽을 뜨고 있다.

숲에 심는 나무와 꽃에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사연이 담겨 있다. 경기 광주 나눔의 집에서 지내는 김순옥(93) 할머니는 "내가 살던 마을엔 집집이 살구나무가 있었다"며 "중국에서 위안소 생활을 할 때 활짝 핀 살구꽃을 보면 고향 생각에 눈물이 났다"고 했다. 스무 살 때 위안부로 끌려가 고향에 돌아오지 못하고 지금도 중국에 머물고 있는 박차순(92) 할머니를 위해서 모진 환경에서도 뿌리 내리고 잘 자라는 복숭아나무를 심었다. 트리플래닛 측은 "꺾여도 오이 향이 사라지지 않는 오이풀을 심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기억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숲은 서울시에서 지원한 월드컵공원 안 800㎡ 부지에 조성돼 다음 달 3일 일반에 공개된다. 할머니들이 기억하는 어린 시절 고향의 모습을 재현하기 위해 숲 한쪽에 돌담길도 만든다. 트리플래닛은 숲 조성을 위해 지난달 13일부터 온라인 모금을 진행해왔고, 현재까지 시민 150명이 5600만원을 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