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꼬대가 심하거나 자면서 이상한 행동을 하면 치매나 파킨슨병을 의심해봐야 한다. 특히 밤 기온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가을철 잠꼬대가 늘었다면 그 가능성이 더 크다.

캐나다 맥길대 연구진은 렘수면행동장애를 겪는 50세 이상의 환자 93명의 뇌 변화를 12년간 관찰했다. '렘(REM)'이란 '급속 안구운동(Rapid Eye Movement)'의 약자로, 수면 중에 안구가 급속히 움직이는 정상적인 현상이다. 이때 대체로 꿈을 꾸는 경우가 많으며, 근육 이완 상태로 움직임이 거의 없게 된다.

하지만 '렘수면행동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반대로 손과 발을 막 움직이거나 거친 잠꼬대 같은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맥길대 연구진 조사 결과, 렘수면행동장애를 겪는 사람의 절반가량이 결국 나중에 퇴행성 뇌질환 장애를 앓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뇌질환 발병 현상이 5년 뒤에 17.7%, 12년 뒤에는 52.4%까지 늘었다. 93명 중 14명은 파킨슨병으로 진단됐고, 7명은 루이바디성 치매(중뇌의 세포가 죽어가는 치매), 4명은 알츠하이머병 치매에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원래 렘수면 동안에는 중뇌 뇌간의 운동마비 조절 부위가 작동돼 움직임 없이 숙면을 취하는 것이 정상이다. 뇌간에 질환이 있거나 뇌간의 운동 조절 기능에 문제가 생긴 파킨슨병의 경우, 렘수면 동안 되레 심한 잠꼬대나 팔다리 움직임이 일어난다.

한진규 신경과 전문의는 "이런 렘수면장애는 나이가 들수록, 오래될수록 퇴행성 뇌질환으로 발전할 위험이 커진다"며 "기온이 갑자기 떨어지는 가을에 잠꼬대나 수면 중 이상 행동 빈도수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요즘 시기에 각별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잠꼬대나 수면 중에 이상 행동을 한다면, 병원에서 하룻밤 자는 수면다원검사로 렘수면행동장애가 있는지 확인하고, 조기 진단·치료를 하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