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벤처, 아시아 허브 되나

미국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VC) ‘알토스벤처스’는 2013년 600억원 규모의 한국 전용 투자펀드를 조성해 현재 벤처기업 20여곳에 투자했다. 쿠팡을 비롯해 배달의민족(배달음식 주문), 직방(전·월세 중개), 잡플래닛(기업 정보), 토스(간편 결제) 등이 이 회사가 투자한 스타트업들이다.

한 킴(한국명 김한준) 알토스벤처스 대표는 “기업 가치가 1조원 이상인 유니콘벤처가 나올 만큼, 한국은 결코 작은 시장이 아니다”면서 “과거에는 해외투자자들이 만나주지도 않았지만 지금은 500억원 이상씩 투자하는 사람들이 매주 한 명씩은 서울에 온다”고 했다.

한국 스타트업과 IT 벤처기업들의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해 지난 6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2014 케이-글로벌 앳 런던(K-Global@london) 행사에서 현지 투자자들이 이 행사에 참여한 우리나라 벤처기업 직원과 투자 상담을 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 제공)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인 구글이 아시아 최초의 창업 지원센터 ‘캠퍼스 서울’을 한국에 짓고, 이스라엘 기업에만 투자해왔던 요즈마(Yozma) 그룹이 한국에 첫 해외법인을 둔 것도 한국 창업 생태계의 발전 가능성을 보여준다.

구글 캠퍼스 서울의 임정민 총괄은 "한국은 전 세계에서 셋째로 큰 모바일 앱 시장이고 풍부한 개발 인력과 세계 최고 수준의 모바일 인터넷, 높은 스마트폰 보급률까지 갖춰져 있어 모바일 서비스를 창업해 테스트해볼 수 있는 최적의 요지"라고 말했다.
이갈 에를리히 요즈마그룹 회장은 "한국의 뛰어난 ICT(정보통신기술)와 바이오 메디컬 분야가 융합하면 큰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며 "뛰어난 기술력을 갖고도 그간 국내에서만 활동해 글로벌 시장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앞으로 한국이 '아시아 스타트업 허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요즈마그룹은 올 하반기 경기도 판교에 창업 지원과 벤처투자를 담당할 '요즈마 캠퍼스'를 열 예정이다.

올 6월 중소기업청의 주선으로 한국 스타트업 투자를 위해 한국을 찾은 독일 지멘스의 자회사 지멘스벤처캐피털의 게르드 괴테 파트너는 “한국 스타트업은 다른 나라 스타트업과 비교해 기술 수준이나 공학적 재능이 뛰어나다”고 했다.

반도체 생산 장비·기술 업체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의 토니 차오 투자담당 이사는 “한국 스타트업은 대단히 높은 혁신(innovation) 잠재력이 있으며, 이 점이 우리가 미국 외에 둘째로 한국에 많은 돈을 투자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국내 벤처 심장이 다시 뛴다… 자고나면 6개씩 탄생

쿠팡은 하버드대 출신 김범석(37) 대표가 2010년 창업한 전자상거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다. 이 회사는 현재 배송 전문 직원 ‘쿠팡맨’ 1000명 채용을 진행 중이다. 작년 3월 ‘로켓 배송’이란 자체 서비스를 시작하고 1년 5개월 만에 쿠팡맨 2000여명을 뽑았고, 사업이 커지자 추가로 또 대규모 채용에 나선 것이다. 쿠팡맨은 계약직으로 입사하지만 6개월~1년 6개월 사이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으면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지금까지 쿠팡맨 80~90%가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연봉도 4000만원이 넘는다. 현재 쿠팡의 전체 직원은 9000여명. 이들의 평균연령은 29.5세다. 창업한 지 5년밖에 안된 스타트업이 청년 일자리를 9000여개 만든 것이다.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가 점차 그 한계를 드러내면서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시도로 기존 기업들에 도전하는 스타트업들이 우리 경제의 성장과 고용을 책임질 새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2014년 ‘잡플래닛’이라는 기업 정보 사이트를 만들어 최근 인도네시아에도 진출한 브레인커머스의 윤신근(왼쪽부터), 황희승 공동 창업자. (조선일보 DB)

'잡플래닛'이라는 기업 정보 사이트를 운영하는 브레인커머스는 지난해 창업했다. 이들의 사업은 2년여 만에 기업 정보 50만건, 월 사용자 300만명이 찾는 서비스로 성장했다. 2명으로 출발한 이 회사는 현재 정규직만 70명이다. 퀄컴 벤처스와 알토스 벤처스 등 해외투자자로부터 100억원 규모 투자를 받아서 최근엔 인도네시아에도 진출했다. ▶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