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내용과 무관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음영 이미지를 사용한 MBC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가 ‘주의’ 처분을 한 것은 적법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반정우)는 MBC가 방통위를 상대로 낸 재심결정 등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9일 밝혔다.

MBC는 지난해 10월 '섹션TV 연예통신'에서 배우 차승원(45)씨 아들의 친부가 차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가 취하한 사건을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MBC는 친부를 표시하는 사진으로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 회원들이 만든 노 전 대통령의 음영 이미지를 3차례에 걸쳐 사용했다. 이 이미지는 일베 회원들이 노 전 대통령을 희화화할 목적으로 만든 것이다.

방통위는 MBC가 방송 심의에 관한 규정상 품위 유지 의무를 어겼다고 보고 해당 프로그램에 대해 '경고' 조치를 내렸다. MBC가 재심을 요청했자 방통위는 심의를 거쳐 다시 '주의' 조치로 낮췄다.

그러나 MBC는 이에 불복해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의도가 없었다”며 “방통위가 다른 방송매체에게 더 낮은 제재 조치를 내렸던 점 등에 비춰보면 명백하게 부당한 조치”라며 법원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MBC는 고인을 희화하기 위해 만든 영상물을 방송에 노출함으로써 고인에 대한 존중이라는 우리사회의 보편적인 윤리적·정서적 감정을 침해했다”며 “방송의 품위를 유지하지 못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MBC는 방송 제작에 필요한 이미지를 인터넷에서 입수하지 않고 스스로 직접 제작하거나 저작권료를 내고 구입해 사용할 수 있었다”며 “일베 이용자들이 만든 영상물을 사용하게 될 위험을 미리 막는 등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MBC는 이전에도 보도 내용과 관련없거나 희화화된 인물 사진이나 음영 이미지 등을 방송에 잘못 노출해 제재를 받은 바 있다”며 "”선의 여지를 보이지 않고 또 다시 유사한 성질의 방송을 했기에 제재의 필요성이 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