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65세에 은퇴하면서 많은 것을 내려놓고 그만두고 정리했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25년을 더 건강하게 살고 있습니다. 만일 제가 그때 새로운 일을 시작했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해봅니다. 65세는 그만둘 때가 아니라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였는지도 모릅니다." 최근 지인이 구순(九旬) 잔치에 갔다가 그 주인공에게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그다음은 늘 듣던 결론이긴 합니다.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지금이라도…."

▶공교롭게도 최근에 만난 40대 몇 명은 약속이나 한 듯 두 번째 시작을 꿈꾸고 있었습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좋은 직장 그만두고 창업할 계획을 세우는 사람도 있고, 수입이 반으로 주는 한이 있어도 일을 반으로 줄일 수 있는 직업을 찾아 느긋하게 살겠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현재 다니는 회사보다 더 작은 회사에 더 낮은 직급으로 들어가 새로운 일을 배우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일종의 인생 중간 정산이라고 할까요. 잠시 멈춰 서서 앞으로 30~40년 할 수 있는 일을 찾겠다는 것입니다.

▶처음 직업이나 직장을 선택할 땐 경험도 적고 안목도 낮아서 남들이 좋다는 기준을 따랐지만 이젠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해보고 싶다고들 합니다. 한국인의 기대 수명이 81세가 넘습니다. 기대 수명이 이렇게 높아지지 않았다면 이런 생각은 하지 않았을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100세 넘게 살 가능성이 높은 시대에는 재테크도, 건강법도 완전히 달라져야 하니 창의적인 두 번째 시작을 고민하는 모양입니다.

▶나이에 관한 한 지금 우리 사회는 '지도가 없는 길'을 가고 있습니다. 앞서간 사람들로부터 교훈을 얻어 따라 하긴 힘든 거지요. 이 맥락과는 맞지 않는 책이지만, 중국 청 말의 외교관 황준헌의 '조선책략'을 보면 그가 당시 급변하던 국제 정세를 이야기하면서 "옛 사람의 처방을 가지고 오늘날의 병을 치료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라고 합니다. 과거의 성공·생존 법칙이 통하지 않는 시대. 그런 의미에서 멘토가 필요없는 시대인지도 모릅니다. 이번 주말엔 앞으로의 30년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