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은 25일 새벽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가진 고위급 접촉에서 북한의 도발에서 비롯된 군사적 대치를 풀기 위한 방안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북측은 지뢰와 포격 도발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남측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극도로 경색돼 왔던 남북 관계가 화해 국면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새벽 남북 고위급 접촉을 마친 뒤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남북 공동보도문 6개항을 발표했다. 남북은 우선 남북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당국회담을 서울 또는 평양에서 빠른 시일내에 개최, 여러 분야의 대화와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5일 새벽 청와대 춘추관에서 남북 공동합의문을 발표하고 있다.

또 북측은 최근 지뢰 폭발로 우리 군인들이 부상당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남측은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모든 확성기 방송을 25일 12시부터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북측은 준 전시상태를 해제하기로 했다.

남북은 또 올해 추석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을 진행하고, 이를 위한 적십자 실무 접촉을 다음달 초에 갖기로 했다. 아울러 다양한 분야에서 민간 교류를 활성화한다는 데도 합의했다.

김 실장은 “그동안 북한은 불안과 위기를 조성하고 양보를 받아내왔는데, 이제는 절대로 통하지 않는다는 걸 확인시켰다”며 “이번 회담에서 북한이 재발 방지와 긴장 완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한 것은 매우 잘 된 일로, 일관적인 원칙을 가지고 협상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협상에서 남북 간 협상의 최대 쟁점은 지뢰·포격 도발에 대한 북측의 사과(謝過) 문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측은 북측이 바라는 ‘대북 확성기 철거’의 선결 조건으로 ‘도발 주체가 분명한 사과 또는 유감 표명’을 요구했고 북측은 난색을 표시했다. 양측은 줄다리기 끝에 절충을 이뤘으며 그에 따른 합의문안도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북한이 대북확성기 방송 중단을 요구했지만, 우리는 어떤 조건 하에서 확성기 방송을 중단할 것이냐를 고민했고, 이를 재발 방지와 연계해 ‘비정상적인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이라고 함축해서 담았다”며 “이런 과정에서 협상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했다

김 실장은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도 협의가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지금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고 했다. 또 “남북 관계 발전과 관련한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해당기관 부처에서 밝힐 사안”이라며 “기본틀을 마련했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