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합의 '세일즈'를 위해 외국 젊은이의 질문에도 답하는 파격적인 인터뷰를 선보였다. 질문자 중에는 이른바 '적국(敵國)'인 이란의 스물두 살 여성도 있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한 달 평균 1900만명이 방문하는 인터넷 매체 '마이크(Mic)' 운영자 제이크 호로비츠와 가진 인터뷰 도중 이란, 이스라엘, 미국 젊은이의 '동영상 돌직구 질문'을 받고는 핵합의의 정당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다른 인터뷰와는 달리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번도 웃음을 보이지 않는 등 진지한 태도였다.

인터넷 매체인‘마이크(Mic)’에 출연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란·이스라엘 젊은이들이 자신에게 던지는‘동영상 질문’을 태블릿PC로 보고 있다(위 사진). 동영상에서 이란 여성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미국의 대(對)이란 정책에 관해 묻고 있다(아래 사진).

그동안 오바마 대통령은 의료보험 개혁 홍보를 위해 스스로 망가지는 모습을 담은 '셀카봉 동영상'을 배포했고, 유튜브에서 뜬 특이한 스타들과 연쇄 인터뷰를 갖는 등 독특한 모습을 선보였다. 한 인터넷 방송과는 차고(車庫)를 개조한 간이 스튜디오에서 인터뷰하기도 했다. 하지만 자신의 중요한 외교 정책과 관련해 이해 당사국 젊은이들 질문을 받은 것은 새로운 시도다.

인터뷰는 오바마 대통령이 휴가를 떠나기 전인 지난 6일 공화당 대권 주자 토론회가 열리기 직전 이뤄졌고, '마이크'는 10일 동영상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14분간의 인터뷰 도중, 이란에 사는 가잘 하카미(22)는 직설적으로 오바마 대통령을 비난했다. 그는 "당신은 늘 평화를 말하지만, 우리 이란인은 미국의 혹독한 제재 때문에 너무 큰 대가를 치렀다"며 "이란 국민에게 큰 상처를 주지 않고 협상을 타결할 다른 방법도 있었던 것 아니냐"고 물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불행하게도 다른 방법이 없었다"면서 "취임하자마자 이란 최고지도자에게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는 메시지를 보냈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후 이란이 포르도 비밀 우라늄 농축 시설을 운영한 것을 적발하기도 했는데, 이란이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 하려면 더 가혹하게 제재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란이 핵합의를 준수하면 제재는 자연스럽게 풀릴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이스라엘의 젊은이는 핵 합의가 못마땅했다. 텔아비브에 사는 샘 그로스버그(30)는 "이스라엘 국민은 당신이 우리 총리에 반대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안보를 지켜주겠다고 약속했지만,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인 하마스가 이미 우리 문밖에 와 있다"며 "우리가 당신을 어떻게 믿나"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질문자 이름을 직접 부르며 설명했다. "내가 이스라엘 총리에 반대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샘이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며 "이란과의 협상 여부에 대해 양국에 큰 이견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안보 이슈에 대해서는 보조를 잘 맞춰왔고, 네타냐후 정부도 이를 잘 안다"고 말했다.

워싱턴DC에 사는 중동계 미국인 닐라 팩(24)은 핵협상으로 이란 정권 교체나 내부 개혁이 가능한지, 그리고 이번 협상이 미국의 다른 중동 동맹국(이란과 적대 관계인 사우디 등을 지칭하는 듯)과의 관계를 훼손하면서 이뤄지는 것은 아닌지 물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협상은 가장 큰 위협이 되는 핵개발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지, 내부 정권 교체와는 무관하다"고 답했고, "이란이 합의대로 핵을 평화적으로 이용하면 지역 내 평화도 찾아올 것"이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