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1일 경영권 분쟁에 대해 사과하고 "롯데를 과감하게 개혁해 지배구조와 경영 투명성을 개선하겠다"고 했다. 국내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호텔롯데를 상장(上場)해 주주 구성을 다양하게 하고 일본 측 지분을 축소하겠다고 했다. 거미줄처럼 얽힌 416개 순환(循環)출자 고리는 7조원을 들여 모두 없애기로 하고, 우선 연말까지 80% 이상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롯데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롯데의 전근대적인 경영 행태와 불투명한 지배구조 문제가 낱낱이 드러났다. 창업주는 지분이 0.05%에 지나지 않지만 순환출자를 통해 계열사를 장악했다. 한국 매출의 20분의 1에 불과한 일본롯데를 장악하면 롯데그룹의 경영권을 지배할 수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신 회장이 이런 롯데를 글로벌 기준에 걸맞은 회사로 바꾸겠다고 선언한 것은 그룹 경영에 커다란 전기(轉機)가 될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그룹 내에는 아직 창업주에게 의존해 경영권 장악을 노리는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과 그 주변을 둘러싼 친인척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롯데가 다시 태어나려면 우선 경영권 분쟁부터 확실하게 매듭짓고, 경영 능력이 없으면서도 계열사에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오너 가족들을 정리해야 할 것이다.

또 이번 기회에 롯데의 성장과 함께했던 임직원, 거래업체는 물론 고객들에 대한 배려도 있어야 한다. 롯데 직원들의 연봉은 10대 그룹 중 꼴찌이고 직장 만족도도 낮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백화점·마트·홈쇼핑 등 유통 사업에서 중소 납품업체들에 바가지 수수료를 매기고 판촉 비용을 떠넘기는 등 갑질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이런 기업 풍토를 유지하는 한 직원들이나 거래업체들이 롯데식(式) 경영에 반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고객들도 제대로 대우받기 힘들 것이다. 신 회장의 개혁은 결국 임직원, 거래업체, 그리고 고객들의 마음을 얻지 않으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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