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경기도 파주 인근 DMZ(비무장지대)에서 북한이 매설한 목함지뢰가 터져 우리 장병 2명이 중상을 입은 사건은 도발 유형을 놓고 볼 때 천안함 폭침(爆沈)과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여러 정황상 북한 소행일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북한군이 지뢰를 매설하는 영상 등은 확보하지 못했다. 또 이제껏 북한의 지뢰가 집중호우 등으로 남측으로 떠내려온 경우가 있었기 때문에 북한 입장에선 천안함 때처럼 치고 빠진 뒤 “모른다”고 발뺌하기 쉬운 사건이었다.

이 때문에 군 당국 내부에서도 “2010년 천안함 폭침 때처럼 극심한 남남갈등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이 발생하자 당시 야당과 진보성향 시민단체 및 언론 등은 “북한 소행”이라는 정부 발표를 믿을 수 없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11일 국회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책회의 모습. 이종걸 원내대표(맨 왼쪽에서 두번째) 와 이석현 부의장(맨 왼쪽) 등 지도부는 최근 북한의 지뢰 도발에 대해 "반인륜적 만행"이라고 규탄했다.

일부 포털사이트 게시판에는 ‘천안함 좌초설’, ‘미군에 의한 폭침설’ 등 갖가지 괴담이 만들어져 유포되기도 했다.

그러나 ‘천안함식 도발의 지상판’이라 불리는 이번 지뢰 도발에 대해선 야당 등 진보진영은 5년 전과 180도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군이 10일 “DMZ 목함지뢰 매설은 북한 소행”이라고 공식 발표하자, 새정치민주연합은 즉각 대변인 논평을 통해 “묵과하기 어려운 도발”, “북한 당국의 분명한 해명과 사과를 촉구한다”며 오히려 북한을 비판했다.

문재인 대표도 이날 북한의 지뢰 도발에 대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고, 이석현 국회부의장도 “반인륜적 만행을 저지른 북한은 준엄한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했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왼쪽)과 같은 당 소속 백군기 의원이 지난 3월 경기도 김포 해병 2사단 3165부대를 방문했을 당시 모습. 문 대표는 11일 북한의 지뢰 도발에 대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천안함 폭침 당시 민주당이 “북한의 공격 가능성은 매우 낮다”, “천안함은 좌초된 후 절단된 것”, “북한 소행이 아니라는 양심선언이 곧 도처에서 나올 것” 등의 발언을 쏟아내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천안함 의혹 제기에 앞장섰던 시민단체들도 북한의 이번 지뢰 도발에 대해선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특히 2010년 6월, 천안함 조사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서한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보냈던 참여연대는 현재까지 이번 사건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천안함 관련 각종 의혹이 난무해 ‘천안함 성지’(聖地)로도 불렸던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 역시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5년 전엔 ‘천안함 괴담’에 가까운 의혹 제기가 대다수였지만, 지금은 근거 없는 의혹에 대해선 비판하는 분위기도 생겼다.

실제 10일 오후 ‘휴전선 지뢰폭발은 우리측의 자작극으로 확신한다’는 글이 아고라 토론방에 올랐지만 댓글엔 ‘진짜 종북이 있는가보다’ ‘장군님(김정은) 품으로 가라’는 글이 다수 올랐다.

2010년 4월 북한 잠수정의 공격으로 폭침한 천안함 함수가 인양선에 실려 있는 모습

진보 성향 인터넷 매체들도 우리 군의 허술한 경계 태세를 문제 삼는 식의 보도를 하고 있다. 이번 사건이 북한군의 소행이란 것을 전제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대해 전문가들은 “천안함 폭침에 이어 연평도 포격도발 등을 거치면서 북한을 옹호하는 듯한 의혹 제기는 되레 비판을 받을 만큼 국내 여론이 북한에 대해 비판적으로 변했다는 반증”이라고 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옛 통진당처럼 일방적 종북, 친북은 더 이상 국민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을 야권이 명백히 인식을 한 것”이라며 “일종의 학습 효과로 우리 안보에 대해선 초당적으로 끌고가지 않으면 역풍이 분다는 것을 체험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