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 폭발 사고 과정에서 우리 군 수색대원들이 보여준 전우애가 국민들에게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 국방부 합동조사단은 10일 사고 당시 열상감시장비(TOD)로 촬영된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을 보면 지뢰 폭발이 일어난 직후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부상 병사를 구하기 위해 현장으로 뛰어드는 수색대원들의 모습이 확인된다. 전우 2명의 부상에도 침착하게 후송작전을 펼치며 혹시 있을지 모를 북한군 공격에 대비하는 모습도 영상에 잡혔다.

【서울=뉴시스】지난 4일 비무장지대(DMZ)에서 우리 군 수색대원 2명에게 중상을 입힌 지뢰폭발사고는 군사분계선(MDL)을 몰래 넘어온 북한군이 파묻은 목함지뢰가 터진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은 합동참모본부가 10일 공개한 영상에 지뢰가 폭발한 뒤 수색대원이 부상당한 동료를 옮기고 있는 모습. 2015.08.10. (사진=합참 제공) photo@newsis.com

국방부 합동조사단은 “불과 5분 간격으로 지뢰가 잇달아 폭발하고 2명이 쓰러졌다”며 “위기 상황에서도 장병들은 모두 제자리를 지키고 침착하게 부상당한 전우를 후송했다”고 밝혔다.

합동조사단에 따르면 지뢰가 폭발한 경기도 파주 우리측 DMZ 추진철책 통문에 육군 1사단 수색대원 8명이 도착한 것은 지난 4일 오전 7시 28분이었다. 이 지역은 군사분계선 남쪽 440m 지점이다. 추진철책은 DMZ 안에 있는 GP(초소)들을 이어주는 시설이다.

두 명의 피해 군인 중 먼저 지뢰를 밟은 것은 하모 하사였다. 7시35분쯤 그가 통문을 통과해 발을 딛는 순간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지뢰가 터졌다. 합동조사단은 “하 하사는 폭발로 인해 몸이 공중에 떴다가 피투성이가 된 두 다리가 철조망에 걸린 채 쓰러졌다”고 했다. 그러자 수색분대장인 정모 중사가 주저없이 통문 북쪽으로 뛰어들었다. 1사단 수색대대에 7년째 근무 중인 정 중사는 410여회 수색작전 경험이 있는 베테랑이다. 그는 하 하사를 지혈하면서 "내가 경계할 테니 빨리 후송하라"고 소리쳤다.

정 중사는 올해부터 전방 GOP(일반전초) 사단에 보급된 응급처치키트를 열어 지혈했다. 통문 남쪽에 있던 의무병 박준호 상병이 오른발은 통문 북쪽에, 왼발은 통문 남쪽에 두고 정 중사가 부축해 나오는 하 하사를 맞았다.

또 다른 피해 군인 김모 하사는 하 하사를 부축해 통문 안으로 들어오다가 바로 안쪽에 매설된 지뢰를 밟았다. 이 시간은 7시 40분이었다. 박모 원사와 의무병이 좌우에서 하 하사 상체를 부축하고 뒤쪽에서 하체를 손으로 받쳐 나오던 김 하사가 그만 지뢰를 건드렸던 것이다. 폭발 충격으로 3명 모두 쓰러지면서 잠시 정신을 잃었지만 부상을 입은 것은 김 하사 뿐이었다.

군은 “김 하사는 특전사 출신으로 앞에서 팀을 이끄는 부분대장”이라며 “지난 3월에는 대대 작전·교육훈련 유공 표창을 받은 정예 수색요원으로 2년 전에 여읜 아버지를 대신해 홀어머니를 극진하게 모시는 효자”라고 했다. 김 하사는 다리가 절단돼 치료를 받은 뒤에도 깨어나자마자 “다른 사람은요. 다른 사람은 어떠냐”고 물었다고 한다.

두번째 폭발 직후 수색대원들은 적으로부터 공격을 당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포복 자세를 취했다. 다치지 않은 장병들은 통문 남쪽 경사진 둔덕으로 이동해 총구를 북쪽으로 겨냥했다.

사고 현장에서 부상당한 병사의 후송이 시작된 것은 7시 50분이었다. GP로 옮겨진 김 하사와 하 하사는 GP에 와있던 앰뷸런스에 오른 다음 군 헬기로 국군수도병원으로 이송됐다. 두 부상 장병은 사고 발생 1시간 25분만에 국군수도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합동조사단은 북한군이 지난달 말 이곳에 잠입해 목함지뢰 3개를 매설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합동조사단 관계자는 “긴박한 상황에서 수색대원 모두가 다친 장병을 구출하거나 적의 공격에 대비하며 적극적으로 작전에 임했다”며 “우리 정예 병사들의 살아있는 전우애와 사명감을 확인할 수 있는 현장이었다”고 했다. 하 하사와 김 하사의 수술을 맡았던 국군수도병원측은 “적절한 현장의 응급조치와 신속한 후송으로 사고에 비해 환자들의 상태가 나쁘지 않다”며 “무엇보다 환자들의 생명이 위험한 상황까지 가지 않은 것은 모두 현장의 장병들 덕분”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