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인순 의원, 성매매 유입 청소년 '피해자' 규정 개정안 대표발의
현행법, 성매매 유입 청소년 '소년법' 적용해 수사·보호처분
A(14)양은 지난 3월 26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모텔에서 목 졸려 숨진 채로 발견됐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충북 증평에서 중학교를 다니던 A양은 가출을 했다가 올해 초 온라인에서 성매매 알선을 하는 3명의 20대 남성들을 만나 성매매라는 덫에 빠졌다. 그녀는 스마트폰의 랜덤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성매수자를 구해 만났던 것으로 조사됐다.
A양처럼 해마다 가출을 하는 청소년들은 1만명이 넘는다. 전체 가출 청소년은 전국적으로 2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가출한 여성 청소년의 상당수는 성매매라는 덫에 빠져든다. 숙식을 해결하기 위해 잠잘 곳을 찾아 낯선 이들을 따라갔다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게 된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은 아동과 청소년에 대한 성매매를 성범죄로 정의하고 있다.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매매 알선행위를 가중처벌하는 근거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작 이 법은 성매매에 유입돼 피해를 보는 청소년들은 보호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성매매로 피해를 본 아동과 청소년을 '피해자'로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 않아 여성계·시민사회 등을 중심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법은 10대 청소년의 성매매 문제를 전문적으로 돕는 지원제도에 대한 규정도 포함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현행법에서는 성매매에 연루된 청소년들을 '피해 아동·청소년'으로 정의하지 않고 성을 사는 행위의 대상으로 규정해 '소년법'에 따른 보호처분을 하고 있다. 이에 성매매 유입 아동·청소년은 경찰·검찰 등 수사기관의 수사를 거쳐 관할법원 소년부에 송치되거나 교육·상담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런 법 조항은 성매매 알선자들이 해당 아동·청소년에게 신고를 하면 '너도 처벌받는다'라는 협박을 가능하게 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같은 문제를 시정하는 방안이 국회에서 추진된다.
남인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최근 성매매에 연루된 청소년들을 '피해자'로 규정하고 이들에게 전문적이고 통합적인 상담·보호·지원·교육을 제공하게 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우선 성매매에 연루된 아동·청소년을 피해자로 규정했다. 또 성매매에 연루된 아동·청소년들이 '소년법'을 적용받아 수사당국으로부터 수사를 받거나 처벌받지 못하게 했다.
신속한 수사와 함께 이들에 대한 보호·지원 체계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개정안은 사법경찰관이 성매매 피해아동이나 청소년을 발견한 경우 신속하게 사건을 수사한 후 성매매 피해아동·지원센터에 해당 아동을 연계하고 이를 여성가족부 장관 및 시·도지사에게 통지하도록 했다. 통지를 받은 여성가족부 장관은 해당 성매매 피해아동·청소년에 대해 교육 프로그램 이수 등의 조치를 하도록 규정했다.
개정안은 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성매매 피해아동·청소년의 보호 및 지원을 위해 성매매 피해아동·청소년 지원센터를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도 포함했다.
남 의원에 따르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성매매는 증가하고 있다. 남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 대상 성매매 범죄 건수는 2010년 528건에서 지난해 1290건으로 144% 증가했다. 지난 5년간 청소년 대상 성매매 검거 건수가 2.4배로 늘어난 것이다. 같은 기간 전체 성매매 범죄 검거 건수는 9583건에서 8977건으로 6.3% 감소했다.
그런데 청소년 대상 성매매 범죄는 일반 성매매 범죄보다 범죄 1건당 검거 인원이 적다. 지난해 경찰은 성매매 범죄 1건을 적발하면 평균 2.7명을 검거했다. 하지만 청소년 대상 성매매에서는 1건당 검거 인원이 1.6명이었다. 일반 성매매는 업소 중심이지만, 청소년 대상 성매매는 1대1 스마트폰 채팅을 통하는 등 음성화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남 의원은 "스마트폰의 보급 등으로 채팅 또는 음란 사이트에 대한 아동·청소년의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성매매에 유입되는 아동·청소년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그런데) 성매매 유입 아동·청소년들은 처벌 대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을 빌미로 성 매수자나 알선자들이 해당 아동·청소년을 협박하는 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법안 발의 배경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