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바로 감동의 선물입니다. '오늘' '지금'이라는 때는 바로 구원의 때입니다. 오늘이 바로 구원과 은총의 결정적인 순간인 것입니다."

작년 12월 31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로마의 신자들과 함께 한 저녁기도에서 말했다. 평소 "우울해하지 말고 기뻐하라"고 권하는 교황은 한 해의 마지막 날 다시 한 번 '기쁨'을 강조한 것이다.

작년 취임 후 첫 아시아 방문지로 한국을 찾아 '신드롬'을 일으킨 교황은 이후 필리핀과 스리랑카, 남미를 잇달아 방문하며 숱한 화제와 논쟁을 일으켰다. 그러나 신문·방송에 보도된 '뉴스'의 이면에서 그는 여전히 '기쁨'을 말하고 있다. 방한 1주년을 맞아 최근 발간된 '그대를 나는 이해합니다'(가톨릭출판사)는 '감동의 선물, 오늘'을 말하는 교황을 만날 기회다. 작년 교황의 어록을 모은 '뒷담화만 하지 않아도 성인이 됩니다'를 펴낸 진슬기 신부가 주로 방한 이후 교황이 한 강론, 훈화를 정리·번역했다. 불과 한 달 전의 발언까지 담겨 있다. 전 세계적인 경제난 때문일까, 교황은 역설적으로 더욱 기쁨을 힘주어 말한다. 좀체 기쁨을 느끼기 어려운 세상살이에 대한 응원인 셈이다.

우울한 성인·성녀는 없습니다

"성인·성녀는 결코 우울한 얼굴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늘 기쁨이 가득한 얼굴이셨으니까요. 고통 중에서도 평화로운 얼굴이셨지요. 그리고 보면 예수님도 수난 중에,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오히려 평화로운 얼굴로 다른 이들을 걱정하셨습니다."

작년 12월 교황은 로마의 한 성당 미사 강론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 강론에서 "그리스도인이 참기쁨을 얻기 위해서는 첫째로 기도하고, 둘째로 하느님께 감사해야 한다"고 권한다. 물질로 인한 기쁨은 결코 하느님이 주시는 기쁨이 아니란 것. 그러니 물질 때문에 슬퍼하는 것은 '사탄의 가시'에 찔리는 것이다. 대신 슬픔과 좌절, 비관주의에 대해 복음으로 무장해 영적 전투를 벌이자고 말한다. 그는 다른 강론에선 "슬픔 안에는 거룩함이 없다" "슬픈 성인은 그저 보잘것없는 성인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여기 이 땅에서는 슬프지만 저 낙원에 가면 기뻐할 것이다"라는 식으로 기쁨을 미루려하지 말라고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작년 방한 때 음성 꽃동네를 찾아 손으로 하트를 보내며 기뻐하는 모습. 방한 이후 교황의 어록을 모은 신간 ‘그대를 나는 이해합니다’에서도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기쁨’이다.

그러면 기쁨은 어떻게 찾을 수 있나. 교황은 다른 강론에서 기쁨이란 만남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넌 나에게 소중하단다. 널 사랑해. 난 널 믿어"라는 예수님의 메시지를 만나는 사람들에게 똑같이 전하자고 권한다. 노동자들을 만나서는 용기를 잃지 말고 "매일매일 미래를 조각하는 장인(匠人)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삶을 회의(懷疑)하는 청년들에게도 "불만과 문제의식을 이해한다"면서도 "물질문명, 소비주의 시류에 휩쓸리지 말고 우리 생각을 일치시키는 일들을 하자"고 말한다.

이런 일도 있었지요(비화)

자신의 실수와 유혹에 넘어갈 뻔한 일까지 털어놓는 점은 교황의 매력. 1994년 그가 부에노스아이레스 보좌주교 시절, 정부 관리들이 찾아와 '가난한 이들의 집'에 거액 지원을 제안하면서 동시에 절반을 나중에 리베이트로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이렇게 거절했다. "우리 교구에는 따로 입금 계좌가 없습니다. 그러니 우리 교구장님께 직접 입금하고 영수증을 받으세요." 관리들은 "아, 몰랐네요"라며 돌아가버렸다. 교황은 이 일화를 소개하면서 "그들이 만약 아무도 모르게 제안했다면 동의할 수도 있었겠다고 생각했다"고 실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