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두갑 서울대 교수·과학기술사

1619년 데카르트는 철학사에서 가장 유명한 꿈을 꾼다. 첫 번째 꿈에서 그는 유령에게 둘러싸인 자신을, 두 번째 꿈에서 회오리에 휩싸여 고통받고 있는 자신을 바라본다. 세 번째 꿈에서 그는 책상에 놓은 시집을 펼치며 "인생에서 나는 어떤 길을 따를 것인가?"라는 질문을 읽고, 백과사전을 뒤지며 이에 대한 답을 찾는다. 첫 두 꿈은 그가 미신과 의혹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열망을, 마지막 꿈은 그가 철학과 과학을 통해 확실한 진리에 이를 것이라는 운명적 암시를 준다.

데카르트는 그 후 '방법서설'을 통해 이렇게 주장한다. 명징하게 생각하는 이성은, 외부의 여러 감각에 의해 혼돈되기 쉬운 육체로부터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존재라는 것이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명제에 기반해, 정신과 신체 사이에 심연과도 같은 분리가 있다는 그의 주장에 여러 반론이 제기되었다. 인간이라는 생물학적 존재가 있은 후에야 사고라는 활동이 가능하지 않은가?

심리학사 교수인 다우어 드라이스마의 '마음의 혼란'은 각종 정신질환의 원인을 신경계와 두뇌의 이상에서 찾고자 했던 과학자들의 여정을 흥미진진하게 다룬 책이다. 현미경과 각종 신경계를 관찰할 도구가 발달하지 못했던 시기, 의사들은 환자들의 사례와 증상들을 상세히 관찰했다. 왜 갑자기 시야에서 손수건이나 화려한 모자를 쓴 사람들이 보이는 것일까? 마치 두뇌가 극장처럼 변하는, 이러한 환각은 눈, 두뇌, 혹은 이를 연결하는 신경계의 문제에 기인하는 것인가? 19세기 초까지 과학자들은 안과 질환과 두뇌 외상자 등 각종 환자의 사례를 수집, 분류, 비교하며 이에 답하려 시도했다.

후에 각종 실험도구의 발달에 힘입어 과학자들은 정신질환 사례들을 새롭게 연구하기 시작했다. 두뇌의 조직을 얇게 절단하여 이를 자세히 관찰할 수 있는 마이크로톰의 발명, 수술과 전기를 이용해 두뇌에 직접 충격을 가하는 방법 등 다양한 신경과학의 초기 발명이 큰 기여를 했다. 일례로 기억상실에서 시작되어 망상과 마비를 경험하는 환자들을 연구한 알츠하이머 박사는, 환자들의 두뇌에 신경조직의 퇴화와 같은 매듭이 있음을 밝혔다. 또한 전쟁 시기 총탄을 맞은 수많은 외상자에 대한 연구는 정신질환과 신경계의 관계를 잘 보여주었다. 특정 두뇌 부위의 손상이 언어 능력의 파괴를 가져온다는 것이 한 예이다. 정신의학과 신경과학의 놀라운 발달에 대해 데카르트는 어떻게 반응했을까? 그는 변명할 것이다. 사실 말년에 그는 '정념론'이라는 저서를 통해 신체의 변화가 정신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기 시작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