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에고 리베라, 무기고에서, 1928년, 프레스코화, 2.03×3.98m, 멕시코 교육부

디에고 리베라(Diego Rivera·1886~ 1957)는 세계 곳곳에서 벽화(壁畵) 운동을 불러일으킨 ‘멕시코 벽화 르네상스’의 거장이다. 그 첫 작품이 바로 멕시코의 교육부 청사 벽화다. ‘무기고에서’는 혁명을 준비하는 노동자들의 전투적인 모습을 그렸다. 리베라는 당시 대다수의 지식인이 그랬던 것처럼 마르크스주의에 매료되어 공산당에 가입하기도 했다. 그런데 낫과 망치가 그려진 붉은 깃발 아래 모여든 사내들 가운데에 프리다 칼로가 있다. 바로 이 무렵, 이미 여러 번의 결혼으로 네 자녀를 거느린 유부남 리베라는 21세 연하의 젊은 미술학도 프리다 칼로와 사랑에 빠졌던 것이다.

둘은 곧 결혼했지만, 리베라는 끊임없이 바람을 피웠다. 혹자는 이런 리베라의 여성 편력이 그의 트라우마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사실 리베라의 부모는 그를 낳기 전에 세 아이를 사산(死産)했고, 그의 쌍둥이 형은 두 살이 되기 전에 죽었고, 리베라의 첫 아이 또한 그즈음에 죽었다. 그래서 리베라가 건강한 아이를 낳아줄 풍만한 여체에 탐닉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리베라가 프리다 칼로를 만났을 때, 그녀는 이미 큰 교통사고로 척추를 비롯해 온몸에 성한 구석이 없었고, 실제로도 리베라의 아이를 세 번이나 유산했다. 그렇다면 리베라는 칼로의 무엇이 좋았을까?

리베라의 이 벽화 속에서 붉은 셔츠를 입고 당당하게 서서 남자들에게 무기를 건네주는 칼로는 '아이를 낳을 여자'가 아니라 혁명가다. 리베라는 산산이 부서진 그녀의 몸속에 갇혀 있는 혁명적 미술가, 혹은 예술적 혁명가를 사랑했을 것이다. 칼로는 죽을 때까지 '리베라의 아내'라고 불렸지만 리베라는 어쩌면 '칼로의 남편'으로 불리길 원했을지도 모른다.

마침 멕시코가 낳은 세계적 여성 화가 프리다 칼로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전시회가 9월 4일까지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소마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작 중에는 디에고 리베라와의 사랑과 예술적 동맹을 엿볼 수 있는 걸작도 포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