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천년의 고도(古都) 경북 경주(慶州)시 천군동에 자리한 보문단지 내 경주세계문화엑스포공원. 55만7682㎡에 이르는 공원 입구에는 황룡사9층탑을 상상해 음각(陰刻)으로 건설한 높이 82m의 경주타워가 위용을 뽐내고 있고, 바로 앞 천마광장에서는 컨테이너 수십개를 연결한 형태의 '실크로드 그랜드바자르'가 한창 모양을 갖춰 가고 있다. 이 시설은 세계 여러 나라의 먹거리를 비롯해 수공예품·민속공연·인형극 등을 만끽할 수 있는 곳으로 운영된다. 주변 여러 시설들도 모양을 갖추면서 공사가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경주가 실크로드를 품는다

사람이 오가고, 온갖 물품을 교역하고, 문명을 실어나르는 '길'. 바로 '실크로드'의 역할이었다.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실크로드를 재조명하는 실크로드 문화축제가 이곳 경주세계문화엑스포공원과 경주시내 일원에서 오는 8월 21일부터 10월 18일까지 59일간 열린다. '실크로드 경주 2015'다.

‘실크로드 경주 2015’ 행사에서 선보이게 될 무용극 ‘플라잉 화랑원정대’ 공연팀이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공원 안 경주타워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는 8월 21일부터 10월 18일까지 59일간 열리는 ‘실크로드 경주 2015’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실크로드를 재조명하는 문화 축제로, 실크로드 선상의 20여개국을 포함해 40여개국 1만여명이 참가한다.

이 기간 경주에서는 세계 각국 사람들이 인류 문명의 성과물들을 선보이는 큰 잔치가 펼쳐진다. 실크로드 선상의 20여개국을 포함해 40여개국에서 1만여명이 참여하는 매머드급 행사다. 행사 기간에 30여개의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선보인다.

'실크로드경주 2015'는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조직위원회가 1998년부터 2013년까지 열린 총 7회의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실적을 마무리하는 차원에서 여는 행사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는 세계의 다양한 문화를 살펴보자는 취지에서 열렸고, 2013년 터키 이스탄불에서 제7회 행사가 열리면서 그 타깃을 실크로드로 좁혔다. 제7회 행사 때 많은 학자들이 내린 결론은 '실크로드의 아시아 출발점은 경주'라는 것이었다. 이 같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올해 행사 이름이 '실크로드 경주 2015'로 지어졌다. 조직위원장인 김관용 경북지사는 "올해 행사는 실크로드를 테마로 한국 문화의 모태인 천년 역사 신라를 재조명하고, 한국 문화의 우수한 DNA로 세계와 소통하면서 경북을 신(新)실크로드의 중심으로 만드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

◇경주는 첨단 과학도시

경주는 인구 26만1535명에 면적은 1324.5㎢. 수치로만 본다면 전형적인 중소도시지만, '한국 관광 1번지'이자 세계적 역사문화 관광도시이기도 하다. 불국사와 석굴암, 경주역사유적지구, 양동마을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런 경주가 이제 첨단과학도시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본사가 올 연말 경주 양북면 장항리에 준공된다. 현재 70%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사옥이 준공되면 한수원 본사 임직원 1100여명이 내려오고, 관련 기업들도 경주로 이전해온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고용 증대, 인구 유입 등이 기대되고 있다.

경주를 포함한 경북 동해안은 국내 원전 24기 중 절반인 12기를 보유한 원전 최대 집적지로, 작년 12월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방폐장)이 경주에 준공돼 원전 생산에서부터 소멸까지 원자력 안전 생태계를 갖춘 곳으로 거듭나게 됐다. 원전 운영 등에 필요한 인재를 키우는 국제원자력 인력양성원도 건설에 들어가 2018년 완공 예정이다.

경주시는 2028년까지 경주·포항·영덕·울진 등 동해안 일대를 원전 거점지역으로 육성하는 동해안 원자력클러스터 조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차세대(제4세대) 원자력시스템 연구를 위한 제2원자력연구원과 원전해체연구센터 유치를 원자력 클러스터 조성의 관건으로 보고 있다. 원자력클러스터의 핵심 연구시설인 한국원자력연구원 양성자가속기센터는 이미 2013년 1월 경주에 만들어졌다. 양성자가속기는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개발돼, 한국의 과학기술을 과시하고 있는 상징물이다.

◇왕의 길을 따라 걷고 '곤달비 비빔밥'도 맛보고

경주에는 고분·사찰·불상 등이 곳곳에 널려 있다. 이 많은 문화재들을 한 번에 본다는 건 무리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조직위와 경주시는 '실크로드 경주 2015'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길을 테마로 한 관광코스'를 권한다.

'테마여행길'이 대표적이다. 박혁거세 탄강(誕降) 설화가 깃든 나정에서 출발해 대릉원·첨성대·월성·계림·동궁과 월지(안압지)·분황사·황룡사지·포석정지·국립경주박물관으로 이어지는 이 코스에서 신라 천년 역사의 시작과 끝을 목격하게 된다. 신문왕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걸었던 산길을 트레킹 코스로 구성한 '왕의 길' 역시 나무랄데 없는 관광코스다. 황룡모차골에서 출발해 추령터널·모차골·수렛재·용연폭포·기림사·감은사지삼층석탑·문무대왕릉에 이르는 이 길에서 1000년 전 왕이 돼 보는 색다른 체험을 할 수 있다.

경주는 바다와 산, 맑은 공기를 품고 있는 청정 자연의 고장이라 먹거리도 풍부하다. 경주시가 만든 음식브랜드 '별채반'은 경주의 공식 맛집이다. '경주의 별을 소박하게 담아낸 한 그릇'이란 뜻의 별채반 대표 메뉴는 산내면 해발 1013m 문복산에서 친환경적으로 재배한 곤달비(산나물의 일종)와 양송이, 미나리 등이 어우러진 '곤달비 비빔밥'과, 경주의 산과 들에서 자란 6가지 친환경 식재료로 끓여낸 '6부촌 육개장'이다. 교동쌈밥집, 별채반 불국점과 신경주역점에서 맛볼 수 있다.

경주시의 수산물 공동브랜드인 '해파랑'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먹거리다. 청정 동해안의 맛과 영양이 가득한 감포 참전복, 참가자미, 자연발효 젓갈, 미역 등에 이 브랜드가 붙어 있다. 농산물 공동브랜드인 '이사금'도 있다. 엄격한 선별 과정을 거쳐 포장한 토마토·부추·체리·멜론·배 등 '이사금' 농산물은 대형 유통업체와 전국 주요 농산물도매시장에 출하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