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 중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연일 한·미 동맹을 강조하고 있다. 27일(현지 시각)에는 국내 좌파 세력을 경계하는 발언도 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보수층을 의식한 대선 행보를 시작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김 대표는 이날 워싱턴DC 인근의 한 식당에서 가진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우리에게는 역시 중국보다 미국"이라며 "유일한 동맹국인 미국이 한국에 대해 너무 중국과 가까워지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는 것 같은데 미국이야말로 유일한, 대체 불가능한, 독보적인 동맹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25일에는 6·25 참전 용사들에게, 26일에는 초대 미8군 사령관으로 낙동강 전선 등에 참전했던 월턴 워커 장군 묘에 큰절을 하는 등 한·미 동맹을 강조하는 일정을 이어가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7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 DC 국회의사당에서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뒤쪽에는 김 대표와 동행한 이군현(왼쪽)·나경원 새누리당 의원.

김 대표는 이날 미 의회의 외교·안보 연구소인 우드로 윌슨 센터에서 가진 연설에서 통일과 북한 문제에 대한 자신의 소신도 피력했다. 그는 "이란 핵 문제를 해결하고 쿠바와 국교 정상화를 한 미국이 지구촌의 큰 골칫덩이로 남은 북핵(北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전략적 인내를 뛰어넘는 창의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며 "북한이 '핵·경제 병진(竝進) 노선'을 포기하고, 솔직하게 그들의 현실적 요구를 제시하게 할 외교·안보적 대안을 한·미 양국이 주도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그러면서 "동북아의 급변하는 정세 흐름을 볼 때 한반도 통일은 생각보다 이른 시일 내에 올 수 있다"고 했다.

또 이날 동포 간담회에선 "(광복 직후) 대한민국이 좌파들의 주장대로 사회주의를 선택했다면 어땠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며 "따라서 이승만 전 대통령을 우리의 국부로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지금이 민족 역사의 최고 중흥기"라면서 "(그러나) 진보 좌파의 준동으로 대한민국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걱정된다"고도 했다.

김 대표의 이번 방미에 대해 정치권에선 '사실상의 대선 행보'라는 해석이 일반적이다. 그런 차원에서 김 대표가 국내 보수층의 '입맛'에 맞는 행보와 발언을 연일 계속하는 것 역시 "전통적 지지층부터 먼저 모으겠다는 대선 전략의 일환"이라는 관측이 많다. 김 대표의 한 측근은 "(이날 발언 등은) 김 대표의 오랜 소신이기도 하다"며 "이를 국민에게 제대로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이번 방미를) 생각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 대표는 이날 특파원 간담회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을 맞아 내놓을 '아베 담화'와 관련해 "종전 50년 당시 무라야마 담화, 60주년 때의 고이즈미 담화에서 후퇴한 기념사를 내놓는다면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에 앞서 미 의회에서 존 매케인 미 상원 군사위원장과 만나 "동북아 안보 분야에서 한·미·일 간 삼각 협력이 중요한데 일본의 과거사 인식 문제가 협력 진전의 장애가 되고 있다"며 "일본 정부가 진솔한 사과의 표현을 내놔야 한다"고 했다. 이에 매케인 위원장도 "나도 일본 사람을 만날 때마다 그렇게 얘기하고 있다"고 답했다.

김 대표는 이날 미 의회와 행정부 인사들을 만나 북핵 해법 등을 논의했다. 김 대표는 28일에는 존 케리 미 국무부 장관,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등과 면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