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0일 국내 첫 유입 시점부터 두 달여간 전국을 뒤흔든 메르스 사태가 이제 끝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메르스가 종식돼도 신종 감염병 대응책 마련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번 메르스 사태는 허술한 전염병 대응 체제와 병원 쇼핑, 가족 간병 등 한국 의료 맹점이 맞물리며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이제는 메르스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선진 감염병 관리 대책과 의료 제도를 만들어 가야 할 시점이다.

인천공항 검역소는 3년 전부터 중동 지역에서 메르스 환자가 1400여명 발생했는데도 중동서 들어오는 입국객에게 메르스 방역 안내를 하지 않았다. 해외 전염병 정보에 대한 무지이자 무관심이다. 이제 전 세계 전염병 발생 지역에 감염병 전문가와 역학조사관을 수시로 파견해 정보 수집과 즉각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루 7만명이 입국하는 인천공항에도 방역 전문가를 상주 배치해야 한다.

메르스 초기, 정부가 전염병 발생 병원 정보를 비밀주의로 하면서 혼란은 더욱 커졌다. 정부가 최근 전염병 정보 공개를 확대하는 감염병 관리법 개정안을 마련했지만, 이를 더 체계화해야 한다.

전염병 초기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정보 공개를 하고, 감염 의심 환자들이 전염병 발생 병원을 경유했는지를 의료기관이 신속히 파악할 수 있도록 전산 조회 시스템을 구축하는 문제도 시급하다. 14번, 76번 등 수퍼 전파자들이 임의로 의료기관을 옮겨 다니며 다수의 감염자를 양산했다. 이에 감염병 환자가 의료 기관을 바꿔 탈 경우에는 해당 병원 의료진 간에 정보 교환이 이뤄져야 병원 간 이동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메르스 유탄은 응급실 방문자와 병실 면회객에게도 파급됐다. 이들의 행방이 파악 안 돼 신속한 격리 조치에도 애를 먹었다. 이에 면회객과 응급실 방문자는 출입 기록을 남기게 하는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

전염병 환자 접촉자에 대한 격리 관리 강화도 숙제다. 증상이 없는 격리자 통제에 대한 법적 근거가 부족해 일부 격리자의 이탈 행위를 근절하기 어려웠다. 이에 따라 전염병 발생 시 격리에 대한 합당한 근거와 필요성을 마련하고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번 메르스 파동에서 가장 뼈 아팠던 것은 역학조사 부실과 그에 대한 뒷북 방역 대응이었다. 역학조사관은 전염병 방역의 최전선 전사 역할을 한다. 그러나 국내 역학조사관 32명 중 30명이 비정규직으로, 2주 훈련받은 공중보건의로 채워져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정부는 역학조사관을 두 배 늘리겠다고 하나, 역학조사관 전문성을 키우는 프로그램 운영도 시급하다.

전염병 발생 병원에 감염내과 전문의와 감염관리 간호사 등을 파견해 방역 지침을 즉시 세우는 메르스 즉각 대응팀의 활동은 메르스 극복에 크게 기여했다. 해외 유입 전염병은 예고 없이 언제든 들이닥칠 수 있으니 평상시에도 즉각 대응팀을 상설 운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메르스 민관 대응단을 이끌었던 김우주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은 "전문성과 행정력을 갖춘 감염병 종합 컨트롤 타워를 만들어야 한다"며 "미국 질병통제센터(CDC)처럼 365일 24시간 가동되는 전염병 상시 대응 체제를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