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의 중·일 관계 개선에 대한 공식 입장은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기 때문에 환영한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26일 "중·일이 가까워지면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중·일 3국 정상회담 연내 개최'와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속내는 좀 복잡하다. '중·일 관계 개선'을 곧 '한국의 고립'으로 보는 안팎의 시각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일본에 아베 신조 총리가 있는 한 한·일 관계는 '과거사' 걸림돌에 막혀 진전 속도에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지만, '실리'를 중시하는 중국은 다르게 접근할 수 있다"고 했다. 중국은 내부적으로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가 한국보다 덜 민감한 이슈이기 때문에 '아베 방중' 등을 계기로 급속도로 가까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 소식통은 "일본 우익 일부에서는 '일본·중국이 가까워지면 한국은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 너무 힘을 뺄 필요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중·일의 움직임을 정밀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한국 고립론' 여론을 가급적 의식하지 않고 차분하게 중·일과의 관계를 관리해 나가겠다는 기조를 잡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의 우려처럼 중·일이 한국을 '왕따'시킬 만큼 밀월 관계로 가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중국과 일본은 기본적으로 동북아의 패권을 두고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관계"라며 "전략상 일시적으로 손을 잡을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관계 개선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우리 정부는 '최상 수준'인 중국과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면서, 한·일 관계에서는 역사 문제와 분리해 경제·안보 협력을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당장 8월 초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계기로 한·일,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9월 중국 항일 전승절 행사에 박근혜 대통령의 참석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중·일이 가까워지고 아베의 방중이 성사된다면 전승절 참석에 대한 우리의 부담도 줄어든다"고 했다.